여진 올까…거리에서 잠자는 시민들 미얀마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난 31일 만달레이 시민들이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AFP연합뉴스 |
치료 시설·의약품 등 부족…39도 폭염 속 야외서 치료
65시간 만에 임신부·유아 구조 등 ‘기적의 생환’ 이어져
규모 7.7 강진이 발생한 미얀마에서 31일 2000여명이 사망한 가운데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72시간이 지나며 사망자 숫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얀마 지진을 최고 등급의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조 민 툰 미얀마 군정 대변인은 이날 국영 MRTV에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56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군정은 부상자는 3900여명, 실종자는 270명 이상으로 집계했다.
만달레이에 사는 주민 코린 모는 어머니와 두 아들이 실종됐지만 구조대가 대규모 현장부터 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피해자를 구하기에 구조대원이 충분하지 않다. 구호품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얀마 매체 미얀마나우는 만달레이에서 시신을 화장할 공간이 부족해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시신이 쌓였으며, 일부 유족은 화장장 밖에서 가족의 시신을 태웠다고 전했다. 한 화장터 인근 주민은 “어제 300구 이상의 시신을 태웠다. 오늘 아침에만 200구 이상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수습조차 못한 시신도 거리에 널려 있다. 사가잉 주민 타르 응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시체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운다”며 “지금까지 본 시신이 생존자보다 더 많았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이어 “살아 있는 사람을 구조하는 것에서 죽은 사람을 수습하고 매장하는 것으로 작업 초점이 옮겨졌다”고 말했다.
드물게나마 생존자 구조 소식도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미얀마에 파견된 중국 구조대가 이날 오전 6시20분쯤 65시간 넘게 만달레이의 한 아파트 잔해에 깔려 있던 임신부를 무사히 구조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지구에만 수십명이 매몰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5시37분에는 같은 아파트에서 한 유아도 구조됐다. CCTV가 5세로 추정한 이 유아가 철근이 다 드러난 콘크리트 구조물의 잔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 있던 구조대원과 주민들은 일제히 손뼉을 쳤다.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치료 공간과 의료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디언은 만달레이 병원의 환자들이 건물 추가 붕괴 위험을 피해 밖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병원의 무너진 천장과 깨진 타일을 보고 두려워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사가잉에 있는 한 병원의 환자들도 39도 폭염 속에서 야외 진료를 받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까지만 해도 이 병원 앞에는 햇빛을 가릴 천막도 마련되지 않았다. 사가잉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마에이는 “(병원에 온 환자) 대부분은 팔다리가 부러지고 머리를 다쳤다”며 “기존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미얀마 지진을 최고 등급의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800만달러(약 118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WHO는 성명을 내고 “전기·식수 공급 중단과 의료 접근성 악화로 질병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외상 환자는 감염 및 합병증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라 긴급 치료와 감염 예방을 위한 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연맹(IFRC)도 미얀마 강진 피해를 돕기 위해 1억스위스프랑(약 1673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알렉산더 마테우 IFRC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이번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존의 취약성 위에 겹친 복잡한 인도적 위기”라며 “미얀마는 여전히 내부 이주민과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으며, 이번 지진으로 상황이 한층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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