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이 길어지면서 국민의힘이 표변하고 있다. ‘계엄은 잘못’이라던 입장을 바꿔 옹호에 나섰다. ‘내란 정당’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탄핵 기각에 당 명운이라도 걸겠다는 것인가. 최소한의 이성과 도덕률마저 상실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내란을 보며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이유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고 윤석열의 ‘계몽령’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면서 “국정 안정을 위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고 했다. 누구도 납득 못할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를 결딴낸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는 건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요건도 못 갖춘 비상계엄으로 헌정을 파괴한 사실마저 부인하는 것인가. 권성동 원내대표는 “법복을 입은 좌파 활동가”라고 색깔론을 꺼내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사퇴를 주장했다.
그동안 극우와 결합한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계엄을 비호하고 윤석열의 직무 복귀를 선동해왔지만, 당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지도부가 계엄 옹호에 나선 적은 없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권 비대위원장은 관훈토론에서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됐고 과도한 조치였다”고 사과했다. 이러한 표변은 탄핵 정국의 중대 고비로 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무죄 판결 후 도드라진다. 공당의 자세라 할 수 없다.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엔 헌재 책임도 가볍지 않다.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하고도 침묵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사이 5 대 3 탄핵 기각설, 문형배·이민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까지 미선고설 등 억측이 난무하면서 사회적 혼란만 커지고 있다. 헌재는 불안과 분노 속에 ‘윤석열 파면’의 당연한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혹여 재판관 개인의 정파적 이해로 헌정 범죄를 단죄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흘러간다면 그 역사적 과오는 헌재가 감당할 수 없다. 재판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 수호자로서의 존재 이유와 책무를 깊이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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