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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냐 경제냐 : 미중의 압박과 대만해협 딜레마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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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중국의 대만 점령 방지와 미국 방어를 최우선 한다"는 내용의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이 30일(현지시간) 유출됐다. 트럼프 2기의 대만해협 접근법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대만해협 문제를 다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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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30일 일본을 방문했다. [사진 | 뉴시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상과 달리 대만해협 문제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을 이어받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28일 필리핀, 30일 일본을 방문해 동맹국들과 협력을 통해 중국의 군사적 공격을 저지해야한다는 입장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회담 직후 "우리는 필리핀·일본·호주·한국 등과 전쟁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억제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헤그세스 장관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도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인 파트너"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만해협을 둘러싼 태세 변화는 '말'만이 아니라 '사실'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3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것을 최우선시한다는 내용의 국방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서명하고 3월 중순 국방부에 배포된 9쪽짜리 '임시 국가방위 전략지침' 문서에는 "미군이 중국의 대만 점령을 억제하는 것을 최우선시하고, 유럽 등 지역에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문서에 "지난해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보고서 단어를 거의 그대로 복사한 듯한 구절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문서에서 "중국은 국방부의 유일한 핵심적 위협"이라며 "중국의 대만 점령을 저지하고, 미국을 방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명시했다.

미 국방부 문건의 사실상 기초가 되는 헤리티지재단의 지난해 8월 1일자 보고서는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가정해 1·2차 방어선을 설정했는데, 한국은 필리핀·일본과 함께 1차 방어선을 펴는 국가로 분류돼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지난해 내내 여러 보고서를 통해서 한국이 대만 문제에 직접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일례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동북아시아 선임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한국은 대만 비상 사태를 외면할 여유가 없다'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동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비밀 군사 작전을 비판하는 정도로 공개 발언을 제한했고, 오히려 대만 방어에서 한국의 잠재적 역할을 제안한 미군 고위 관료를 비판했다"고 비난했다.

우리나라를 향한 "대만 문제에 나서라"는 주문은 미국 공화당 정권만의 요청이 아니다. 미국의 진보 계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도 지난 3월 28일 '한국은 대만해협 문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의할 준비가 돼 있나'란 보고서에서 "미군 자원이 대만으로 전환하면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고 압박했다. 미국이 언제든 한반도의 안보우산을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대만해협 문제에서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군사적 지원 범위 등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하며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미국과 지역 동맹국들간 전략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중국대로 우리에게 강경한 모습을 보인다.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해 6월 4일 공식 SNS에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게시했다. "한국 측이 중국의 결연한 반대에도 미국·일본과 결탁해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참견하고, 험담을 일삼고 있다(說三道四·설삼도사).

이런 점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외교적 항의를 제기했다. 한국 측이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중한관계의 대세를 수호하는 행동을 할 것을 촉구한다. 한미일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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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한국의 행동을 압박하고 있는 셈인데, 대만해협 문제를 외교나 안보·전쟁 문제로 다루겠다는 것은 그들의 입장일 뿐이다. 우리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경제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도 대만해협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기술하고 있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3%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수출의 30.3%, 수입의 22.6%가 대만해협을 거쳐 이동했다. 금액으로는 3570억 달러에 달한다.

대만과 중국은 우리 입장에서 경쟁 상대이기도 하지만, 공급망을 공유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부 당국자가 공급망 피해를 줄이고, 물류비용의 증가를 방지하며,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제안에 귀를 열어야 하는 이유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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