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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 심판이 소추일 기준으로 100일을 훌쩍 넘기며 연일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31일 서울 종로구 헌재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3월 내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탄핵 심판 결론은 결국 4월로 넘어가게 됐다. 일각에서는 4월 중순이나 5~6월 선고설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2025.3.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심리가 길어지면서 다음달 18일 퇴임을 앞둔 문형배 헌재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변수로 떠올랐다. 이들이 퇴임할 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 사건 선고가 5월 또는 6월로 미뤄질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헌법재판관의 임기연장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금지 △내각에 대한 총탄핵 등이 대응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진보 성향인 문형배 대행-이미선 재판관의 후임 지명 시 보수 성향 우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과 윤석열 대통령 직무복귀 가능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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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1: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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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4·5·6선 의원들이 31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촉구 공동성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3.31. /사진=뉴시스 |
민주당은 만약 마 후보가 그 전에 임명된다면 1차례 평의를 열어 마 후보자가 심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리는 사건에서 졸속심리를 했다는 여권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특히 정치권 등에서 '헌법재판관 사이 인용과 기각(각하 포함) 의견이 5대 3으로 나뉘어 탄핵 심판이 장기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 후보자의 가세로 인용 6명 대 기각 3명으로 인용이란 결론이 나도록 임명권을 행사할지 미지수다.
시나리오2: 4월18일 이후는 혼란…尹 탄핵심리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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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3월 헌법소원 심판 등 일반 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3.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
문형배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18일 이후는 사안이 더 복잡해진다. 두 사람은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 지명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헌재 일반사건의 경우 7명 이상 재판관이 있어야 선고할 수 있는데, 새로 재판관을 지명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결국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포함해 새 재판관 지명의 및 임명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손으로 넘어갔다.
한 대행이 새로 재판관 2명을 지명할 경우 야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 후 각종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 논란이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은 최상목 당시 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 국회 몫 추천인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한 것을 들어 한덕수 대행의 재판관 지명권 임명을 촉구할 수 있다.
다만 여당이 문형배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을 염두에 두고 한덕수 대행에게 새 재판관 후보 지명 요청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대해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관행을 비춰볼 때 임기 만료일로부터 두달 전 정부가 후보자 추천을 제출하는 게 정상적"이라면서도 "한덕수 대행은 8명 재판관으로 탄핵 심판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후임 임명 요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은 국회의 인사청문 대상인 탓에 한 대행이 새 재판관 후보를 지명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최소 한 달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인사청문회법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 시 국회는 20일 이내 인사청문 절차를 마무리하게 돼 있고 부득이한 경우 10일간 추가 시간을 준다.
야당의 인사청문 동의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한덕수 대행이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최소 5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탄핵소추안 접수 후인 180일 이내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6월에나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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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3: 국무위원 줄탄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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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오른쪽부터) 기본소득당 대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03.21. /사진=뉴시스 |
민주당 안팎에선 탄핵 심판 장기화를 막기 위해 한덕수 대행, 최상목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 대한 줄탄핵 카드까지 거론한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을 포함해 21명 국무위원 중 11명을 의사 정족수로, 8명을 의결 정족수로 두고 있다. 국무위원을 직무 정지시켜 의사 정족수를 미달시키면 법안 공포권을 국회가 넘겨받을 수 있는다는 것이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이고 윤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탄핵으로 직무 정지 중인 점을 고려하면 한덕수 대행과 최상목 부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 6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 시 국무회의는 기능을 잃는다.
하지만 국무회의 마비 시 정부의 법안 공포권이 국회로 가는지에 대해선 반대 주장이 없지 않다. 국회가 행정부의 권한을 장악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한 만큼 야당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시나리오다. 민주당도 이를 감안해 내각 총탄핵 등 구상에 대해선 "당의 방침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또 4월18일 이후 헌법재판관 공석에 따른 탄핵 심판 장기화를 막을 카드로 문형배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에 대한 임기연장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 중이다. 동시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역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만 재판관 임기연장법안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한다'는 헌법 제112조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입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최근 탄핵 심판과 관련한 각종 시나리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무 복귀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 야당에서 헌법재판관에게 우회적인 압력을 넣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극단적 시나리오들이 거론되는 데 대해 "현실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여야가) 서로 배짱 싸움을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대행에게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고, 국민의힘은 이 상태로 4월18일까지 버티면은 된다고 맞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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