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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롤러코스터'는 취향 아니었지만…” 하정우 만난 날개 단 강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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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말금. 사진=쇼박스


배우 강말금이 감독 하정우를 만나 훨훨 날았다.

강말금은 오는 4월 2일 개봉하는 하정우의 연출작 '로비'로 관객과 만난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하정우(창욱)가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말금은 부패 장관 조장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선한 얼굴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던 강말금은 최근 변신 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악덕 여관 주인으로 등장해 주인공 커플을 괴롭히더니, '로비'에선 비리로 똘똘 뭉친 부패 방관을 연기했다. 짧고 강렬하게 등장했던 '폭싹 속았수다'를 지나 '로비'의 한가운데에서 강말금표 블랙 코미디를 맘껏 펼쳤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하정우표 말맛 코미디를 만난 강말금의 능청스러운 열연이다. 평생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인간을 연기하며 강말금은 또 다른 가능성 하나를 열어 보였다.

-감독 하정우와 호흡은 어땠나.

“찬양을 안 하려고 하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좋다. 감독님이란 사람을 만나서, 배우로서 떠올리게 된 단어가 있다. 사랑과 에너지다. 그게 앞으로 (내가) 배우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최근 함께 홍보 일정을 소화하며 이런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정도면 예술가 아닐까. 어떻게 배우로서 연출을 세 편이나 했을까.”

-배우 하정우는 어땠나.

“(하정우와는) 딱 하루 촬영했다. 그늘집 신이었는데, '내가 큰 배우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큰 배우가 을을 연기해주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다. 근데 바로 그 부분을 하고 있더라. 조금 호흡을 맞추다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창욱의 입장으로, 완전히 낮추더라. 너무 좋았다. 배우로서는 그 부분이 가장 좋았다. 감독으로서는 첫 촬영을 하거나 할 때, 모니터에서 나의 무엇을 볼지 두려움이 있었다. 본인이 연기를 잘하면 (배우가) 못 하는 게 얼마나 눈에 띄겠나. 근데 한 순간도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 적이 없다. 모니터를 애정의 눈으로 계속 보더라.”

-하정우를 왜 큰 배우라고 생각했나.

“배우를 하고 나서 제가 (하정우를 보며) 느낀 건, '어떻게 장면마다 연기가 저렇게 고르지'였다. 장면마다 날씨 컨디션, 내 개인의 컨디션, 상황이 다 다르지 않나. 얼굴 부은 것도 다르다. 예전엔 촬영을 이렇게 순서 없이 하는 것인줄 몰랐다. 매체 배우를 하고 나서, 어떻게 저렇게 장면마다 고른 연기를 하는 건지 감탄하며 보게 됐다. '수리남'을 봤는데, 이건 드라마이지 않나. 여러 컷을 촬영할 수 없을 텐데, '수리남'에서도 신마다 무게감을 갖고 연기하더라. 어떻게 저렇게 딱 필요한 액션을 딱 필요한 분초에 무사 같이 찔러 넣는 것 같았다.”

-처음에 어떻게 캐스팅 제안을 받았나.

“제 앞에 (라)미란 언니가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나왔다.(웃음) 그걸 나중에 알았다. 너무 존경하는 배우다. 미란 언니가 할 수 있었던 걸 하게 돼 좋았다. 캐스팅 제안을 받는 순간 가장 기분이 좋다. 대본을 읽었더니 컬러가 있는 역할을 줬더라. 안 할 이유가 있나. 당연히 해야지.”

-왜 이런 역할이 강말금에게 왔을까.

“회사를 통해서 대본을 받았다. '나 이거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알았지?'라고 생각했다. 이걸 사투리로 하면, 정치인 중에 경남 사투리 쓰는 사람이 있으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을 통해 보여준 적 없는 가능성을 봐줘서 고마웠다. 사투리 연기는 제가 제안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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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말금. 사진=쇼박스




-전자담배 피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 전자담배가 유난히 용가리처럼 연기가 나왔다.(웃음) 최종 편집됐는데, 담배 연기로 터널을 만들어서 김의성 선배가 지나가는 신도 있었다. 하하하. 재미있는 컷이 정말 많았다. 담배 연기로 뭘 많이 했다.”

-시나리오는 최종 버전보다 길었나 보다.

“대본이 훨씬 길고 풍성했다. 캐릭터도 더 많았다. 그리고 대본이 짖굿지만, 결론이 따스했다. 그런 부분들, 풍성한 말맛, 디테일한 말맛에 따뜻함을 전달하고 있다. 거기에 코미디다. 모자란 인간들의 향연이다. 참 재미있는 대본이었다. 코미디인데, 장르적으로 풍성하고 왁자지껄했다.”

-하정우 감독의 전작인 '롤러코스터'를 봤나.

“이 영화를 하게 되며 봤다. 너무 재미있게 봤다. 병맛이라고 하나. 신기했다. 그런 영화를 첫 연출작으로, 본인이 나오지 않는 영화로 만든 게 신기했다. 그분의 확고한 정신세계가 드러나더라. 특별히 취향은 아니어서 이전엔 찾아보진 않았다.(웃음) 근데 보니까 재미있었다. 안과의사 신이나 재미있는 신이 많지만, 특히 정경호가 참 잘하더라. 중심을 놓지 않더라. '롤러코스터'는 '이것이 하 감독님이구나'다.”

-'롤러코스터'가 취향이 아니라면, '로비'는 어떤가.

“휴머니즘을 느꼈다. 시나리오에는 우리 귀여운 을들, 골프장 캐디 2명 이런 친구들의 에필로그까지 다 있다. 창욱도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고, 진 프로도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들이 있다. '롤러코스터'도 재밌었지만, 저는 '로비'가 더 제 취향이다.”

-대본 리딩을 많이 했다고.

“리딩 전에 '숏박스'나 '어덜트' 이런 걸 추천해주면서 '이런 속도로 연기하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었다. 근데 배우가 한 번에 변하진 않는다. 대본 리딩 기간을 지나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배우들에게 거마비를 주셨는데, 봉투에 든 거마비가 어떤 때는 달러, 어떤 때는 엔화였다. 그런 식으로 매번 달랐다. 그런 작은 이벤트가 끊임없이 있었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최시원은 현장에서 너무 웃기더라. 어떻게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망가진 연기를 잘하는지. 약간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더라. 차주영은 참 사람이 다정하다.”

-박병은은 웃긴 걸로 소문이 자자하더라.

“스타일이 좀 다른 것 같다. 박병은은 옆에 앚아있으면 자꾸 보태는 타입이다. 매 순간 그렇다. 조근조근한 리액션으로 계속 웃기는 스타일이다. 촬영장은 거의 전쟁이다. 김의성, 이동휘 다 너무 재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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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말금. 사진=쇼박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잠깐 출연했는데도 화제를 모았다.

“어마어마하다.(웃음) 덕분에 내가 면이 선다. 워낙 로비에 훌륭한 배우들이 많지 않나. 최근에 (나는) 많이 한 것도 없고, 나도 조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폭싹 속았수다'에서 많이 좋아해주셔서 면이 선다. 그래서 제 마음이 어마어마하다.”

-'폭싹 속았수다'를 찍을 때는 어땠나.

“대본이 너무 좋았다. 저 정도의 나이엔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제가 유년기였던 시대엔 그런 아줌마들이 있었다. 그렇게 악다구니 쓰고, 웃었다가도 언제 머리채를 잡을지 모르는, 딱 내가 아는 그 아줌마 캐릭터였다. '이건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한 역을 주로 맡다가, '폭싹 속았수다'와 '로비'에서 악역을 맡았다.

“연극할 때도 선역을 주로 하다가, 악역을 맡았을 때 느낀 게 있다. 악역이 악한 걸 성취하려고 해서 악역이 아니다. 선역은 이 눈치 저 눈치 다 생각하는 거고, 악역은 주변 눈치 안 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순과 관식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 입장만 생각했다. 지금도 비슷하다. 악역을 하게 되면 뭔가 편하다. 신경쓸 게 없다.”

-사투리 연기 전문가다.

“사투리 연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연극을 할 대는 제가 가진 장기가 사투리와 노역이었다. 그걸 할 줄 아는 배우니까 할머니, 부산 사투리 쓰는 아줌마로 캐스팅됐다. 10년 전에는 그걸 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 표준말 쓰는 연습을 해서 찍은 게 '서른아홉'이다. 계속해서 사투리만 쓸 수 없진 않나. 그 부분(표준어)도 연습을 하고 가져가면서도, 사투리라는 장기를 갖고 있는 게 감사하다. 사투리에는 감성 같은 게 들어있다. 네이티브가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어 감사하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쇼박스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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