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원 ' 약속했지만 이행 불투명
"미국 아닌 중국이 원조국" 시그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앤드루스 합동기지=AP 연합뉴스 |
미얀마 강진 피해 복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구호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대외 원조 삭감을 진행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부재'가 두드러지고 있다. 강진 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구호 인력이 현지에 도착하지 않는 등 미국의 원조 기능 마비 실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서다.
"미국 구호 시스템 산산조각"
중국 구조대원들이 3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지난 28일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이 촬영해 배포한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대외 원조 전담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미얀마 강진 대응 관련 기능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미얀마 양곤 주재 미 대사관의 인도주의 지원 담당 USAID 직책 두 개는 수개월 전 폐지됐고, 미국 내 구호 인력의 파견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은 상태다. NYT는 "미국 구호 시스템은 산산조각 나 있다"고 평가했다.
구호 지연 상황도 심각하다.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미 구호 인력을 미얀마에 급파한 것과 달리 미국 정부는 이날까지도 지원 인력을 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재난 상황 평가 인력 3명이 내달 2일에야 미얀마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적인 미국의 대응 속도보다 느린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급파한 구조대원 126명, 수색견 6마리, 의료 지원 키트, 드론 등이 이미 현지에서 수색 작전에 투입된 데 비해 미국은 미얀마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되레 대응 속도를 늦추고 있다. 전날 USAID 직원들에게 '사실상 올해 9월 2일까지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데 이어, 당일 저녁 태국 및 필리핀 정부와 아시아 재난 대응 협력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잇따라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이유로 대외 원조를 사실상 중단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8일 발생해 수천 명이 사망한 미얀마 강진 관련 지원에도 소극적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미 정부 "지원 약해질 것" 논의
인도 정부가 보낸 구호품이 지난 29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한 비행장에 도착해 있다. 인도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
미국 대사관은 이날 200만 달러(약 29억 원) 규모의 원조를 약속했지만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지 공관이 이미 28일 USAID에 지원 필요성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내부 회의 결과 "이전처럼 (강도 높은) 역량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NYT는 "말레이시아 등에 약 3만 명에게 3개월간 보건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의료 키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구호품을 언제 미얀마로 보낼 수 있을지 확단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