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10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르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오른쪽 둘째),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최근 3년간 전세계 직접투자의 4분의1이 미국에 쏠리면서 나홀로 성장(미국 예외주의)의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 정부기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1년 이후 글로벌 자본의 미국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016~2019년 연평균 9525억 달러에서 2021~2023년 1조7994억 달러로 89% 급증했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직접투자(FDI)는 같은 기간 3465억 달러에서 4112억 달러로 19%, 주식·채권 등 증권투자는 3897억 달러에서 8685억 달러로 123% 뛰었다. 전세계 외국인 직접투자 중 미국 유입 비중은 2016~2019년 연평균 17%에서 2021~2023년 24%로 커졌다.
미래 신성장 분야에 대한 벤처투자에서도 글로벌 자본의 미국 집중이 여전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시비(CB)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세계 벤처투자 금액의 51%를 차지했다.
안도걸 의원은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은 민간투자, 생산성 혁신, 소비 등 세가지 경로를 통해 미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민간투자는 2016~2019년 연평균 5% 증가했는데 2021~2023년에는 연평균 8% 늘었다. 이에 민간투자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율은 같은 기간 22%에서 26%로 커졌다. 안 의원은 “벤처투자가 10% 증가하면 기업의 특허 출원이 8% 증가한다는 분석(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있다”며 “미국 내 벤처투자 확대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스타트업 창업과 혁신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을 제공해 엔비디아 등 새로운 빅테크 기업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증권시장으로의 자본 유입 확대도 미국 예외주의의 동인이다. 글로벌 자본의 미국 유입 확대로 미국 증시가 호황기를 맞았고, 이에 따른 ‘부의 효과’로 미국 경제의 주된 동력인 탄탄한 소비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가계는 전체 금융자산 중 44%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고(제이피모건), 주식자산 가치가 1달러 상승할 때 가계 소비는 3센트 증가(전미경제연구소·NBER)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뉴욕 증시에서 에스앤피(S&P)500 지수는 연간 24% 상승해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10%)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자본의 순유입이 아닌 국내 자본의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1~23년 연평균 459억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작년말 기준 국내 대외투자(대외금융자산)는 2조4980억달러로 2023년 말보다 1663억달러(7.1%) 많은 역대 최대치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대외금융부채)는 1조3958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8.3% 줄었다. 국내 증시 부진과 원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12.3%(1180억달러) 감소하고 직접투자도 6.7%(193억달러) 뒷걸음쳤다.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은 감소하고 국내 자본의 대외 투자는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자본의 대외 투자도 미국 쏠림이 뚜렷하다. 미국으로의 직접투자 순유출은 2016~2019년 연평균 100억 달러에서 2021~2023년 232억 달러로 132%, 증권투자 순유출은 같은 기간 260억달러에서 303억 달러로 17% 상승했다.
안도걸 의원은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인공지능·바이오·문화콘텐츠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국가가 선제적 투자를 감행하고 첨단기술과 경영을 동반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을 계기로 주식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글로벌 자금의 국내 증권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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