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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배지 찬 16살까지 윤봉길 추모관 반대…선 넘는 일본 혐한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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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일 일본 우익단체 회원이 일본 이시카와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지역 본부 건물을 향해 차량으로 돌진하는 사건과 관련해 현지 경찰들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일본 우익단체들이 윤봉길 의사 순국지인 일본 서북부 이시카와현 가자나와시에서 추진되어 온 추모시설을 문제삼아 대규모 혐한 시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우익들은 이 문제를 빌미로 도쿄 신주쿠 한인 타운에도 차량을 동원해 소란을 피우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가자나와시 한인단체 한 관계자는 31일 한겨레에 “하루 전, 전국 우익단체 차량 80여대가 가나자와 도심에 집결해 길거리 집회를 벌이면서 시내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며 “전국의 우익들이 총집결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재일동포 등이) 이들을 감시하며,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극우 단체들은 대형 스피커를 단 차량 안에서 “윤봉길은 일본인을 살상한 테러리스트”, “조선인은 일본에서 나가라”는 등 혐오 발언을 이어갔다. 우익 단체들이 올린 영상 가운데는 자신을 16살이라고 소개한 청소년이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당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하켄 크로이츠) 문양 배지를 달고 시위 차량에 탑승한 채 “전후 세계를 바꾸고 빼앗긴 긍지를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집회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이날 일본 현지 경찰은 기동대를 포함한 경력 수백여명을 투입해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극우 단체 회원들은 집회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플래카드를 뺏는가 하면, 위협적 행동을 반복하며 도발했다.



가나자와시는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에서 폭탄 의거 뒤 순국한 윤 의사의 기념비와 암장지적비가 있는 곳이다. 과거부터 일본 우익단체들이 이시카와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본부 등을 표적으로 삼아 크고 작은 시위를 벌였다. 특히 지난 1월 윤 의사 추모 활동을 해온 한·일 일부 인사들이 가나자와역 인근에 ‘윤봉길 의사 추모 안내관’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극우단체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날도 우익 단체들은 이 지역 민단 본부 사무실을 비롯해 현지 재일동포들의 활동 반경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차량 시위를 벌였다. 현지 언론 홋코쿠신문은 “경찰이 엄중한 경계 태세를 갖추고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며 “극우차량이 교차로를 지날 때마다 일반 차량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특히 ‘윤 의사 추모 안내관’ 추진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나자와시 혼초 주변을 수십대 차량들이 둘러싼 채 빙빙 돌며 오전 11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일부 일본 언론 보도가 우익단체의 태도에 편승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날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1932년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군 수뇌부들을 살상시킨 테러사건의 실행범 윤봉길의 추도기념관 개설이 가나자와 시내에 계획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노다산에 있는 윤봉길 의사 암장지적비.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지난 1월 이후 윤 의사 기념과 추진을 빌미로 본격화한 우익들의 도발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2일에는 일본 우익단체 소속 한 남성이 차량으로 민단 건물 1층에 돌진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25일에는 윤 의사 순국 당시 암장됐던 자리에 암장지적비(묘비)를 설치하도록 땅을 영구임대해준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을 상대로 일본 극우단체 소속 한 인사가 ‘영구 임대 취소’ 소송을 냈다가 법원이 각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윤 의사 관련 극우단체의 차량 시위는 가나자와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한 극우단체 회원은 일본 도쿄 한인 상가가 밀집한 신주쿠 오쿠보 한 건물 앞에서 “반일 행위를 한 이들을 일본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차량 시위를 벌였다. 일본 내 대표적 한류 거리로 꼽히는 이 지역은 지난 2012년 이후 극우단체들이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상가들이 문을 닫는 등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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