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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석탄 캐던 폐광, 미래 우주자원 캐는 전진기지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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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연, 태백 폐갱도서 달 현지자원 개발 기술 시연
탐사로버·자원추출기 등 공개…K-우주자원융합실증단지 구축 목표
연합뉴스

함태광업소 폐갱도 내부에서 시연 중인 달 탐사 로버
[촬영 조승한]


(태백=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28일 강원 태백 옛 함태광업소 폐갱도. 눈보라가 치는 바깥 날씨보다도 쌀쌀한 공기를 뚫고 세 대의 로버(이동형 기기)가 광차가 지났을 레일과 자갈이 어지럽게 깔린 험한 지형을 이겨내며 천천히 전진해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로버 스타트업인 무인탐사연구소 등이 개발한 달 탐사용 로버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부분에 '레이저 유도 파쇄 분광기'를 장착한 로버가 바닥에 레이저를 쏘자 타닥타닥하는 소리와 함께 한 쪽에 자리 잡은 모니터에서 바닥에 깔린 원소들이 실시간으로 표출됐다.

이어 바닥에는 드릴, 앞단에 표토 채굴기를 장착한 로버가 뒤따라 나와 천천히 원통 모양의 표토 채굴기를 내리면서 바닥에 담긴 흙을 채취할 채비를 시작했다.

지질연은 이날 폐광 내에서 실증을 목표로 진행 중인 달 현지자원 개발 기술을 시연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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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현지자원 개발 모식도
[지질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달 표면은 헬륨-3을 비롯해 희토류, 타이타늄 같은 자원이 풍부해 최근 달 현지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우주현지자원활용'(ISRU) 기술 개발에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 각국이 달 착륙과 기지 운영 계획을 잇달아 밝히면서 현지에서 물이나 메탄 연료 등 직접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이들 기술을 검증하려면 달과 비슷한 환경이 필수로 여러 극한 환경을 응용하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에도 존재하는 동굴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지질연은 넓으면서도 깊이에 따라 다양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폐광에 주목하고 지난 2월 태백시와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폐광을 활용한 지하연구시설 구축을 계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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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로버에 관해 설명하는 김경자 지질연 센터장
[촬영 조승한]


이날 시연에 쓰인 탐사 로버는 레이저 유도 파쇄 분광기 외에도 달 탐사선 다누리에 장착돼 달의 자원 지도를 만들고 있는 '감마선 분광기'와 중성자 센서 등을 통해 50종 이상 원소를 실시간 분석하는 성능을 가졌다.

이를 개발한 김경자 지질연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다누리 비행모델(FM) 제작 전에 만든 검증모델(QM)을 장착한 것으로 성능이 똑같다"며 "3㎏ 무게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감마선 분광기"라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도로 만든 달 탐사 로버 본체는 탑재체에 따라 자원을 탐사하거나 채취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게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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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용 큐브위성 설명하는 방효충 KAIST 교수(오른쪽)
[촬영 조승한]


로버를 지나 더 깊숙이 들어가니 실시간 우주방사선을 분석하는 시스템과 함께 달 표면 자원탐사를 위한 초 저궤도용 큐브위성도 전시돼 있었다.

크기는 6~12U(유닛, 1U는 가로, 세로, 높이 10㎝)로 작지만, 물이나 산소, 휘발성 기체 등을 찾아내는 데는 유용한 보조 역할을 한다.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 중인 달 표면 무선 송전 시스템도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향후 트럭에 실을 수 있는 크기로 가장 작은 원자로인 히트파이프 원자로 등이 달에 가면 여기서 만든 전력을 로버 등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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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지형 위에 놓인 로버 시연 보는 참석자들
[촬영 조승한]


외부에 공개된 갱도 끝자락까지 들어가니 달의 남극을 축소해 옮겨 놓은 모형 위에 처음에 본 작은 종이상자만 한 크기의 로버가 올라타 있었다.

로버는 울퉁불퉁한 지형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퍼낼 수 있는 모래를 발견하고 앞에 달린 삽으로 1g을 정확히 퍼 올려 몸체 속에 저장했다.

갱도를 한 바퀴 돌아 바깥으로 나와 보니 달 표토층에 열을 가해 산소와 수소, 물 등을 추출하고 분리하는 장비인 자원추출기가 설치돼 있었다.

지난해 실험실 단계 구성품을 모두 제작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표면 산소 추출 임무인 '리프트(LIFT)-1'에 활용됨과 동시에 미국 우주자원 광산개발 기업 '오프월드'의 데모 임무를 통해 2027년 'K-LOVE'라는 이름으로 달로 향할 예정이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이날 시연 행사에도 짐 케라발라 오프월드 대표가 참석해 전 과정을 둘러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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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표토층 자원추출기
[촬영 조승한]


이번 시연은 함태광업소에서 진행됐지만, 향후 지하연구시설은 지난해 6월 88년 만 문을 닫은 국내 최대 탄광인 태백 장성광업소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8개 주요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장비들을 하나의 기지형 플랫폼 형태로 융합함으로써 ISRU 실증을 진행하는 '국제우주자원실증융합협력센터'를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김 센터장은 "센터 조감도는 다 만들어진 상황"이라며 "우주자원 물질분석, 열진공챔버, 탑재체 개발 실험동, 행성과학 분야 실험실, 무선에너지 전송 실험 설비 등을 5년간 구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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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우주자원융합시스템실험동 조감도
[지질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질연은 태백시와 협력해 지하연구시설을 넘어 이를 활용한 융합연구를 할 수 있도록 국내외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모일 수 있는 '태백 K-우주자원융합실증단지'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구 의원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 이상호 태백시장 등이 참석해 지역의 기대를 반영하기도 했다.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우주자원 분야에서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만큼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폐광이 과거 석탄이란 에너지원을 캐는 곳이었다면 향후에는 핵융합과 같은 미래 에너지에 필요한 헬륨3 원료를 가져오는 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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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실증단지 부지
[지질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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