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위한 최종계약이 당초 목표했던 3월 말보다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와의 막판 세부 조율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이르면 4월 중순에서 최대 5월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팀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전력공사는 체코 현지 업체의 공사 참여율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 등을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측은 현지 업체 참여율을 60% 이상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수원은 수익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해 일감 분배에 있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31일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한수원과 CEZ 간 체코 신규 원전 최종 수주 계약은 이르면 4월 중순에서 5월쯤 체결될 전망이다.
CEZ의 다니엘 베네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체코 공영 라디오방송 iROZHLAS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는데 이성적으로 4~5월에 서명할 수밖에 없다"며 "기간이 길어져 수주 협상이 더 진전될수록 체코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 간 협상 내용은 보안 사항으로, CEZ 측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간 줄곧 제기된 체코 현지 기업의 참여율 확대 보장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한-체코 원자력 산업 콘퍼런스'에 참석한 루카스 블첵 체코 산업부 장관은 "한수원과 한국 정부가 60% 이상의 현지화 비율을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루카스 장관은 "설계·구매·건설(EPC) 계약 체결 시 체코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율이 약 30%에 도달하도록 하고, 동시에 원전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체코 기업이 총 60%의 비중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계획과 보장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요젭 시켈라(Jozef Sikela)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과 면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2024.7.25/뉴스1 |
당시 루카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의 협상이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한수원은 '60% 현지화율'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지화율 60%는 통상적인 수준인 50%보다 높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현지화율 60% 기대'를 처음 언급했는데, 이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체코 쪽의) 희망사항"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수원으로서도 체코 측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이번 체코 신규 원전 건설에 일정 부분 일감을 나눠주기로 했는데 체코 측 현지화율 요구까지 수용할 경우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계약 지연이 계약 파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체코 정부는 여전히 한수원의 높은 기술·경쟁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체코 플젠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증기터빈 생산 설비를 살펴보고, 두산스코다파워의 준비 현황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이전 받을 예정인 발전기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 협상도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 이르면 4월 15~20일에는 본 계약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계약 자체가 틀어질 일은 없다. 협상이 길어진 이유도 이견 때문이라기보다는 서로가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부분에서 신중하게 진행되다 보니 일정이 다소 지연된 것뿐"이라고 전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은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MW)급 원전 최대 4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약 24조~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는 우선 두코바니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한수원은 CEZ와 본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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