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여야가 ‘막가파식 대결’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재탄핵에 이어 4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연장법을 추진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야당 의원을 내란선동죄 혐의로 고발하고, 민주당을 위헌정당심판으로 해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각 줄탄핵 예고 비판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한 대행을 향해 “마은혁 재판관을 4월 1일까지 임명하시라”며 “이행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했다. 탄핵 소추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 한 대행의 재탄핵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 탄핵으로) 다른 국무위원이 이후 권한대행으로 승계될 경우 마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즉시 탄핵하겠다”며 국무위원 줄탄핵을 예고했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30일 “초선 의원들이 제안한 (줄탄핵)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4월 1일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국정혼란, 헌법파괴 행위를 묵과할 순 없다. 국회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며 줄탄핵에 동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미 탄핵소추와 관련해 9전 9패를 기록하며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이 또다시 한 대행 탄핵을 밀어붙이는 데엔 그만큼 마은혁 재판관 임명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중요한 변수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헌재 ‘5대 3 교착설’이 부상하는 등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4월18일)될 때까지 탄핵 선고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후임자 임명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권향엽 의원)하거나,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기존 재판관 임기를 6개월 연장”(복기왕 의원)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31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해, 4월 1일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를 비롯한 범야권 원내대표 및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가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이같은 민주당의 줄탄핵 등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가전복이자 내란”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전원 44명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모든 세력을 탄핵으로 제거하려는 행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독재적 폭거이자 사실상의 내란 행위”라며 “한 대행은 국무회의가 마비되고 행정부 기능이 정지되기 전에 ‘내란 정당’ 민주당의 정당 해산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 법률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이재명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등 72명을 내란선동죄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또한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과 관련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토가 화마에 휩싸인 혼란한 틈을 노린 이재명 세력의 국헌 문란 시도”라며 “법률로 임기를 임의로 창설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맹공했다.
양측의 초강수 대치를 두고 전문가들은 “후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최악의 극단 정치”라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권력을 잡기 위해선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다는 막가파식 정서가 현재 한국 정치에 만연해있다”며 “공당(公黨)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양당 모두 극단적 유튜버 장단에 맞춰 무분별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탄핵심판은 헌재에 맡겨두고 트럼프발(發) 관세 문제나 민생을 돌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오현석·김기정·강보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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