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명확하지 않아 국가 대혼란 불가피
"국회의장이 대행하면 삼권분립 훼손" 지적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무위원 '연쇄 탄핵'을 거론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누가 맡을지를 따지는 이른바 '지정생존자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특히 민주당이 공언한 대로 국무위원들이 잇따라 탄핵되거나 일괄 탄핵돼 더 이상 권한대행을 맡을 국무위원이 남아 있지 않을 경우 누가 대통령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 벌써부터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대행까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민주당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국무위원을 차례로 탄핵할 경우, 한덕수 권한대행 이후로 총 15명의 장관이 법률이 정한 차례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국무위원인 각 부처 장관 자리는 총 19개지만, 서열 7위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고, 8위 김용현 국방부 장관, 9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연루 의혹이 제기돼 사퇴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서열 17위)은 김현숙 전 장관이 지난해 초 사퇴해 여전히 공석이다.
‘선출직 2인자’ 우원식 의장이 맡아야 한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
문제는 민주당 주장대로 한 대행을 포함한 국무위원 16명에 대한 연쇄 탄핵이 마무리됐을 때 이후 누가 대통령 권한을 맡게 될지를 판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차관은 장관 대행 역할을 맡을 수는 있어도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상황이 현실화되면 여야가 각각 여러 주장을 쏟아내며 극한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야당이 국회의장이 대행을 맡을 수 있게 법률개정을 추진할 경우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법률개정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결국 위헌소송이 제기될 것이고 야당도 결국 국정혼란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이런 때일수록 헌재가 조속히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한 판단을 끌지 말고 사법부 역할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며 삼권분립 위협까지 내다보게 된 현상황을 사법부에서 조속한 판결로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