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인 변호사가 서울 구로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청년 세대가 알아야 할 법 상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중 그나마 입증하기 쉬운 게 ‘폭언’이다. 녹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따돌림’이나 ‘업무폭탄’처럼 증명은 어려운데 폭언보다 괴로운 ‘괴롭힘’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최근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만난 장영인 변호사(36)에게 물었다.
그는 “가해 상사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저만 일이 없는 듯합니다’ ‘제게만 일이 몰리는 것 같아요’ ‘제가 실수한 게 있는지요, 인사를 안 받아주셔서…’ 등으로, 매번 보내기 민망하면 반복된 상황을 한꺼번에 정리해서 보내셔도 돼요.”
장 변호사는 직장 갑질 대응의 관건은 ‘증거를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메일을 보냈다가 상사에게 더 찍힐까 두렵다면 일기를 쓰는 방법도 있다”며 “반복된 가해 사실이 구체적·일관적으로 기재되면 없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책에는 법조인으로서의 지식과 MZ세대로서의 경험이 함께 녹아 있다. 한 법무법인에서 송무 변호사로 일하던 장 변호사는 2019년 정보기술(IT) 업체에 스카우트돼 임원까지 지냈다. 지금은 자신이 창업한 IT 관련 기업의 최고경영자다. 말단 변호사에서부터 임원, 경영자를 거치며 여러 고충을 겪었다. 그 역시 결혼에 대해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졌고, 전세보증금을 힘겹게 마련해야 했던 사회초년생이었다.
“‘전세사기’에 대비하는 방법도 비중 있게 다뤘어요. ‘전세계약’의 본질은 ‘낯선 사람에게 목돈(보증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공인중개사에게만 맡겨놓는 건, 돈 갚을 의사나 능력을 확인하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에게 덜컥 전 재산을 빌려주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세입자가 확인 가능한 집주인의 상환 능력은 담보인 ‘전셋집’에 있다. 그는 “실제 시세를 알아봐야 경매 처분 시 얼마나 현금화(시세의 70% 정도)가 가능한지 가늠할 수 있다”며 “(전셋집에) 내 전세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될 빚(선순위 채권)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집주인의 미납 세금은 집주인에게 증명을 요구할 수 있고, 은행 대출은 등기에 기재돼 있어요. 이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이 전세보증금보다 많을 때 계약을 해야 해요.”
이를 다 확인하고 계약했는데, 전세권 설정 전에 집주인이 기습적으로 담보 대출을 받는 ‘꼼수’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그는 책에 이런 경우 계약을 무효화하는 특약 문구는 물론, (집주인이 대출받을) 은행은 문을 닫지만 (확정일자를 접수할) 주민센터는 문을 연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입주와 전입신고 확정일자 신청을 한꺼번에 끝내라는 ‘팁’ 등도 담았다.
책 출간은 그가 생활법률을 그림으로 풀어 설명하던 인스타그램 콘텐츠에서 비롯됐다. 그게 유튜브로, 또 책으로 이어졌다. “한 변호사님이 의뢰인에게 ‘기일 추정(공판기일 추후 지정) 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의뢰인은 이해를 못했어요. 그냥 ‘다음 재판 일정은 나중에 판사님이 정해서 알려주실 거다’라고 말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경험들이 반복돼 출간 계기가 됐어요.”
그는 ‘법률 지식’이 변호사의 밑천이긴 하지만 동시에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할 ‘사회의 규칙’이기도 하다고 했다. “축구 선수(시민)가 규칙(법)을 모르고 경기하다가 반칙을 지적당하면 억울하잖아요. 적어도 규칙은 알려줘야죠. 규칙을 어겼을 때 개입하는 것, 규칙을 쉽게 알려주는 것이 모두 변호사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현재 변호사보다는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에 더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사업이 번창한 뒤 다시 변호사를 주업으로 삼을 생각”이라며 “그땐 제 이익이 아닌, 온전히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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