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신규 결제 불가
정산 계획은 여전히 '…'
수년째 적자에 자본잠식
수백억 미정산 피해 우려
30일 발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특정 상품을 선택한 후 결제를 시도하자 '결제불가' 안내가 떴다. 발란 앱 캡처 |
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결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대금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들은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는 것은 아닌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8일 밤부터 발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시도하면 '현재 모든 결제 수단 이용이 불가하다' 안내가 나온다. 신규 결제 승인을 대행하는 신용카드사와 PG사(신용카드 결제 대행 업체)가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발란은 24일부 정산 오류를 이유로 일부 입점업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 발란은 "28일까지 파트너사별 확정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28일 입장문을 낸 최형록 발란 대표 또한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해 심리를 끼쳐 드려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을 뿐 정산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사태 확산을 우려한 카드사·PG사가 발을 빼면서 플랫폼이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진 셈이다.
발란 기업이미지. 발란 제공 |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발란이 2024년 7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티몬∙위메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0~2023년 4년 동안 발란이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액은 724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또한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발란은 2023년부터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 잠식에 빠졌다. 그렇다고 외부 자금 수혈도 쉽지 않다. 최근 발란에 75억 원을 투자한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도 추가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관리행(行)이 현실화하면 입점업체 피해는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입점사만 1,300곳에 달하는 발란 규모를 고려하면 미정산 대금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금융 채권은 물론 이처럼 입점업체가 보유한 상거래 채권까지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발란 앱 메인화면 모습. 발란 앱 캡처 |
발란은 머스트잇, 트렌비 등과 함께 '머트'로 불리며 국내 온라인 명품 쇼핑 시장을 이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명품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며 발란은 2022년 기업가치로 약 3,000억 원을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다 시장에 경쟁자가 우후죽순 진입하고 고물가 및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매출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발란은 역(逆)마진을 감수한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고 이는 플랫폼의 총체적 부실로 연결됐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