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단위로 아파트 전체 거래를 묶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의 허점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토허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에 대한 투자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꺼내 든 카드다. 하지만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일단 규제부터 발표해 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추후에 법령을 검토하겠다는 식의 접근으로 시장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30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용산구 고급 주택인 한남더힐은 32개 동 중 11개 동이 4층 이하로 지어져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연립주택으로 분류된다. 같은 필지지만 일부 동이 위치한 땅이 자연경관지구에 해당돼 아파트를 지을 수 없어 연립주택으로 공급됐는데, 이 차이가 규제 유무를 가른 것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한 단지 내에 있더라도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연립주택이면 토허제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남더힐에서 건축물 용도가 연립주택으로 분류된 동은 이달 175억원의 신고가로 거래되기도 했다.
한 단지 내에서도 행정구역이 혼재된 경우가 있어 이 역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용산구 효창동 효창한신아파트의 도로명주소는 용산구로 현재 편입돼 있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상 지번 관련 주소는 일부가 마포구 신공덕동으로 분류돼 있다. 아파트 땅 대부분이 용산구지만, 일부가 마포구에 있기 때문이다. 용산구는 "만약 주소지가 마포구로 분류돼 있다면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권한이 없다"며 "이와 관련해 서울시에도 유권해석을 받아 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하나의 신도시 내에 행정구역상 자치구 3곳(서울 송파·하남·성남)이 혼재돼 있어 단지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적용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송파 꿈에그린위례는 행정구역상 송파구로 분류돼 이번 토허제 대상이 되지만, 이 단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위례센트럴자이는 행정구역이 경기도 성남시여서 규제를 피하게 된다. 두 단지는 전용 84㎡ 기준 가격에 큰 차이가 없어 규제 적용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 있는 정비사업장 주택을 구매한 뒤 철거가 진행돼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할 시 처분에 대해서도 여전히 규정이 모호한 상태다. 정비사업 추진 단지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 입주권으로 거래가 되는데, 이 역시 토허제에 따른 허가 대상이다. 따라서 매수인은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입주권을 매입한 경우 곧 철거가 진행되면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실거주 의무 위반으로 간주돼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이행강제금은 취득 금액의 10% 이내에서 결정된다. 만약 주택 취득 가격이 20억원이라면 2억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는 셈이다.
오는 8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목표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주공 5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주권 양도 거래를 하고 싶어도 2년 내 철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실거주 의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철거까지는 1년이 소요된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준공 후 입주 이후까지 이어서 이행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받는 방식으로 허가를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아직 관련 지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단계의 주택 거래에 대해 어떻게 규제를 적용할지를 두고 명확한 방침이 세워지지 않아 국토부, 서울시 등 유관 기관과 회의를 통해 구체적 기준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박재영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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