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연일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전경. 헌재가 3월 내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탄핵 심판 결론은 결국 4월로 넘어가게 됐다. 문재원 기자 |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재판부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 것이어서, 재판관 한 사람 한 사람이 9분의 1 이상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막중한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조속히 재판관 선출 절차를 이행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침묵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2012년 헌법재판관 장기 공석 사태 때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이 국회에 보냈던 공개서한이 주목받고 있다. 헌재가 ‘9인 완전체’를 갖출 수 있도록 해달라며 다른 기관에 입장을 밝혔던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지금은 8인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4월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도 앞두고 있어 더욱 혼란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도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야하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과거에도 여야 이견 등으로 헌재 재판관이 공석으로 남는 일은 종종 있었다. 2012년 2월 당시 이 소장이 국회에 공개서한을 보낸 건 7개월 넘게 재판관 1명 공석 상태가 이어지던 때였다. 2011년 7월 조대현 전 재판관의 퇴임 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야당 몫으로 조용환 변호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이 반대하면서 임명이 무산됐다. 헌재는 보통 어떠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태지 않고 헌법으로만 판단하는데, 8인 체제의 헌재는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며 타 기관에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지속해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4개월 이상 국민 주권이 불완전하게 행사되는 상황에서 혼란을 줄이려면 ‘9인 완전체 구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비롯해 헌법학자 100여명으로 구성된 헌정 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 전국 법학 교수·변호사·노무사·연구자 등 법률가 1000여명 등은 잇따라 시국선언과 성명 등을 내고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했다. 헌법학자회의 공동대표인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악의 경우 두 재판관 퇴임 때까지 탄핵 결정을 못 내리게 되면 헌재의 존재 의미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헌법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한 총리는 조속히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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