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이달 25일(현지 시간) 챗GPT-4o에 탑재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필터를 씌운 사진을 만들어 공유하는 게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퍼지면서 기술 오남용, 저작권 침해 등의 AI(인공지능) 윤리 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30일 미국 IT 매체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챗GPT로 지브리 그림체를 모방한 이미지를 생성해 SNS에 게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성형 AI 모델을 둘러싼 도덕적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더버지는 백악관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지난 28일(이하 현지 시간) 공식 엑스(X·구 트위터) 계정에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이미지를 게시했다. 백악관은 "펜타닐 불법 거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추방된 외국인 범죄자가 미국에 불법으로 재입국한 뒤 필라델피아에서 체포됐다"며 "그녀는 체포될 때 울었다"는 설명을 달았다.
에디는 "백악관이 미국 내 이민자들을 강제적이고 불법적으로 추방하려는 시도를 챗GPT를 활용해 홍보하는 것에 대해 오픈AI와 샘 올트먼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챗GPT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귀여운 사진을 만드는 밈을, 백악관이 약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선전하는 것을 오픈AI가 묵인하는 건 매우 슬픈 일"이라며 "오픈AI는 이를 진정 '선한 AI'의 실현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지브리 밈의 그늘에는 이민자 탄압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 외에 예술가의 허락 없이 AI 훈련에 무단으로 사용된 창작품 문제도 남아 있다.
앞서 오픈AI는 지난 27일 공개한 GPT-4 기술 문서를 통해 예술가들의 미학을 재현하는 데 있어 보수적인 접근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문서에 의하면 사용자가 생존 예술가의 작풍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려고 시도하려는 경우 챗GPT가 이를 거부하는 기능이 작동하지만, 보다 넓은 범위의 스튜디오 스타일의 이미지 생성은 허용된다.
시사 잡지 더애틀랜틱은 "많은 사람들이 AI를 이용해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를 만드는 동시에, GPT-4o가 처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업물로 훈련됐는지 묻고 있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의 미학을 이토록 잘 모방할 수 있었는지, 미야자키의 작품으로 훈련됐다면 그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지 등의 질문이 뒤따른다고 짚었다.
오픈AI가 예술가 개인의 화풍 재현은 막으면서도 스튜디오 스타일의 이미지 제작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예술가와 스튜디오를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이분법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특히 미야자키의 경우 그의 개인적 감성이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정의한다는 이유에서다.
더애틀랜틱은 "'지브리 스타일'이 곧 '미야자키 스타일'이다. 만약 오픈AI가 GPT-4o는 그의 작품으로 훈련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역설이 발생한다"면서 "특정 예술가의 작업물이 아닌 그 작품에 대한 대중의 인상만으로 훈련된 모델이 그 스타일을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