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질문에 김서현은 팀의 방향성에 따라야 할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마무리 투수에 대한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통 이 정도 대형 선수라고 하면 선발로 자리 잡는 것을 꿈꾸는데, 김서현은 마무리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이야기한 편이었다. 실제 시속 160㎞에 이르는 강력한 구위를 가진 마무리 투수의 탄생도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그런 김서현이 그 꿈을 향해 출발했다. 시즌 개막 마무리였던 주현상의 부진으로 시즌 시작하자마자 마무리 자리에 오른 김서현은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9회 마무리로 올라 1이닝을 막아내고 시즌 첫 세이브를 거뒀다. 김서현은 2023년에 하나의 세이브를 기록한 적은 있었지만 마무리 보직으로 거둔 세이브는 아니었다. 사실 이날이 클로저로서 처음으로 따낸 세이브였다. 꽤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3연투였다. 김서현은 3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⅓이닝 3구, 28일 대전 KIA전에서 1이닝 15구를 던졌다. 하지만 세이브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가 3연투라고 올라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세이브 상황에서는 3연투를 해도, 또 상황이 찾아오지 않으면 며칠을 쉬는 보직이기도 하니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직전 두 경기 투구 수가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고려 사항이었다.
김서현은 9회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인 박재현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아무래도 마무리의 부담이 있는 듯했다. 그것도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2B 상황에서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김서현을 다독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안정감을 찾았다. 김규성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이어 최원준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아웃카운트를 불려 나갔다.
KIA는 베테랑 타자인 김선빈을 대타로 투입하면서 마지막 승부를 걸었지만 김서현은 김선빈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경기의 문을 닫았다. 대전한화생명볼파크 역사상 첫 세이브가 올라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화도 개장 시리즈에서 위닝시리즈를 일찌감치 확정하며 4연패 뒤 2연승으로 팀 분위기를 바꿨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30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김서현에 대해 흐뭇한 시선을 유지했다. 김 감독은 “사실 6회나 7회에 들어가는 타이밍하고 9회에 들어가는 것은 그만큼 압박감이 심하다. 그래도 본인이 첫 스타트를 잘 넘어가서 팀도 좋다. 처음이 참 어렵다. 감독도 결정은 고민하면서 한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날 김서현이 첫 단추를 잘못 끼었다면 경기 패배는 물론 앞으로의 김서현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는데 다행히 첫 허들을 잘 넘겼다.
이어 김 감독은 1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섰던 권민규 김종수의 호투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이날 한화는 와이스가 5이닝 6피안타(2피홈런) 4실점을 하고 내려간 가운데 권민규가 1⅓이닝, 김종수가 1⅔이닝을 막아내며 1점 차이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버틴 덕에 8회 역전할 수 있었고 김서현의 세이브 상황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서현이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 민규나 종수가 1점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잘 막았기 때문에 우리가 역전까지 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투수가 된 김종수에 대해서는 “수술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예전에 던진 것을 보면 중요한 자리에서 많이 던졌다. 그 커리어를 무시 못 한다”면서 “그래서 지금은 스코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때 그럴 때 조금 많이 중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홈 개장 시리즈에서 내심 싹쓸이 승리를 노리는 한화는 이날 황영묵(2루수)-안치홍(지명타자)-플로리얼(중견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김태연(좌익수)-임종찬(우익수)-최재훈(포수)-심우준(유격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선발로는 시즌 첫 경기였던 3월 25일 LG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4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류현진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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