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현금 말고 선물드리면 안되나요?" 중소 제조업체 B사는 매년 명절마다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해 왔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추가 시간외 수당이 따라 올라가게 생겨 고육지책으로 낸 아이디어다. C사 인사팀은 정기 상여금을 식비나 교통비로 바꾸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B사 관계자는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정기 상여가 많은 업종"이라며 "갑작스러운 임금상승에 어찌 대응할지 인사팀들이 우왕좌왕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한 후 100일 동안 산업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30일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 약 11년간 현장에서 통상임금 판단요건으로 작용해 왔던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고정성 요건을 폐지하면서 "(기존과 달리) 재직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들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판결 100일 동안 노동시장에는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대기업은 '때 아닌 줄소송', 중소기업은 '인건비 줄이는 아이디어 없을까요?'라며 갈팡질팡 중이다. 그 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심화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 제조중소기업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더니 이제는 법원이 종전 판결에 맞춰 잘 줘왔던 통상임금을 법에 미달한다며 임금체불 기업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요즘 정말 기업할 맛도 안 나고 이렇게 힘들게 경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기업들은 임금인상을 최소화하고 정기상여금을 대체하는 동시에 신규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을 계획 중이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21.4%에 달했다. '신기술 등 R&D통해 생산성 증대' 1.3%, '기타' 3.8%다.
이러한 기업들의 대응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노동계는 올해 임금단체교섭지침 등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쟁점화해 기존 노사합의를 무효로 하고 재합의를 추진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조의 줄소송 움직임도 걸림돌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올해 임금교섭의 주요 의제는 통상임금 산입범위가 될 것으로 보이며 당장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잠재되어 있는 소송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재정적, 법적 위험에 노출된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우려되는 노동시장 현안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기업의 47.2%는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이어 중대재해에 대한 법원판결(35.2%), 주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34.0%), 60세 이상 고용 연장(19.5%), 노조에 경도된 노동입법(19.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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