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DC 유니버스(DCU), '스타워즈' 등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작품들과 할리우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덕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머글들을 위해 한 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 강력한 IP를 자랑하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연일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번엔 자사 애니메이션 실사영화의 흥행 부진이 원인이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백설공주'는 29일 기준 누적 관객 15만 9000여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이후 3~4위권을 유지하던 '백설공주'는 지난 27일 일일 박스오피스 9위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그나마 주말인 29일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흥행 전망은 밝지 않다.
'백설공주'의 흥행 부진은 국내의 일만은 아니다. 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말 42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의 개봉 첫 주 성적으로 볼 때는 하위권에 해당하는 수익을 기록했다.
2019년 개봉한 '덤보'가 4599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뒤 북미 1억 783만 달러, 월드와이드 3억 2907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백설공주'는 1억 달러 돌파도 불투명한 상황.
'백설공주'의 흥행 실패는 지난 2023년 개봉한 '인어공주'의 흥행 실패와도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 '인어공주'는 원작과 달리 주인공 에리얼에 흑인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며 파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주인공의 인종을 바꿨다는 점 때문에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고, 이를 옹호하는 이들과도 충돌을 빚으며 개봉 전부터 부정적인 이슈로 주목받았다.
주인공의 피부색을 바꾸고 이야기까지 파격적으로 바뀌었다면 괜찮았겠지만, 사실상 주인공의 인종을 바꾼 것 이외에는 원작과의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작품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국내에서는 64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고, 북미에서는 2억 9817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월드와이드 5억 6962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인어공주'의 개봉 이전에 캐스팅이 공개되었던 '백설공주'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바 있다. 백설공주 역을 맡은 레이첼 지글러가 라틴계 갈색 피부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 특히나 백설공주의 경우 하얀 눈과 같은 피부를 가졌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기에 논란이 컸는데, 디즈니는 이에 이름의 기원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왜소증 배우로 유명한 피터 딘클리지가 '백설공주'의 실사화가 발표되자 위선적이고 시대역행적인 리메이크라고 비판한 내용도 주목받았다. 백설공주는 유색인종으로 설정해놓고 왜소증을 연상시킬 수 있는 난쟁이는 그대로 두었다고 언급한 것. 이에 디즈니는 "일곱 난쟁이 자체는 등장하나 신비한 생명체로 대체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레이첼 지글러도 원작에 대해 "'말 그대로 백설공주를 스토킹하는 남자와의 러브 스토리'에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상하고 이상하다"고 인터뷰를 하는 등 작품 내외적으로 잡음이 심각했다.
결국 디즈니는 프리미어 시사회를 진행하고도 레이첼 지글러와 갤 가돗이 현장에서 질문에 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 매체의 레드카펫 참석을 막는 초강수를 뒀으나, 개봉 후 28일까지 북미 누적 5631만 달러, 월드와이드 1억 달러를 돌파하는 데 그쳤다.
1923년 설립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출발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1937년 개봉한 세계 최초의 풀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세계적인 제작사로 거듭났다.
이후 '피노키오', '덤보', '밤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의 클래식 작품을 비롯해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뮬란' 등 르네상스 시기 작품들까지 대부분의 작품이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애니메이션 명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디즈니가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IP를 활용한 리메이크 작품에 더욱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2010년대에 제작한 '라푼젤',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 등은 오리지널 작품인데, 현재 디즈니는 이들의 속편 제작 및 실사화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오리지널 작품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스트레인지 월드' 등은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모두 실패했다. 특히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던 '위시'마저도 흥행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 2023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지만, 갈수록 정치적 올바름(PC)을 추구하는 메시지를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지 못하면서 기존 작품들의 수많은 팬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 '겨울왕국', '주토피아' 등이 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낸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2년 디즈니로 복귀한 밥 아이거 CEO는 "디즈니는 더 이상 메시지가 아닌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과연 디즈니가 이러한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다시금 콘텐츠 강자로서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