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전기가 필요한 경우는 앞으로도 늘면 늘었지 줄어들 일은 없겠죠. 세상을 그야말로 뒤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삶을 고도화할수록 인간은 훨씬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합니다. 물론 첨단 기술은 기후변화라는 매우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고 있죠.
인간도, 데이터도 열은 전기로 식혀
지난해 전력 소비를 주도한 것은 미국과 유럽, 한국, 호주 등을 포함한 선진국이었습니다. 2024년 선진국의 전력 소비량은 230 TWh 증가했는데, 직전인 2023년만 해도 140 TWh 감소했던 것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입니다. IEA는 냉방과 데이터센터, 산업 생산에서 전력 사용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에서 건물 부문에서 사용한 전력은 629 TWh로 산업(407 TWh), 수송(40 TWh) 등 다른 분문에 비해 월등히 많았는데, 건물 부문에 포함되는 냉방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때문이라고 하네요.
구글, MS, 메타 같은 미국 빅테크부터 전 세계에 ‘쇼크’를 안겨준 중국 딥시크까지 그야말로 AI가 급증하는 세상이죠. 그 AI를 지탱할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는데도, 데이터센터가 받은 열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도 전기로 돌려야 하는 만큼 말 그대로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 가운데 절반은 냉각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SK엔무브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전기가 필요 없이 비전도성 액체로 서버의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에 진출한 것도 전기를 대신할 대안을 찾는 냉각 수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밖에 최근에는 증가 폭이 전보다 감소하기는 했습니다만 중국과 유럽 등에서 꾸준히 전기차 비중이 늘고 있는 것도 전력 수요를 부추기는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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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의 시간’
화석연료 사용도 증가했습니다. 특히 가스 발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2024년 가스 수요 증가 폭은 1150억 입방미터로 앞선 10년 평균(750억 입방미터)보다 50% 이상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스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은 15년 뒤인 2040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지금보다 60%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석유와 재생에너지를 잇는 브릿지 전원인 가스 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또 앞서 말씀드린 AI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발전원으로서 가스의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진다고 합니다. 우드맥킨지는 한국과 일본의 AI 붐이 아시아 LNG 수요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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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대비 1.5℃’ 마지노선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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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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