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현수막.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월 들어 1조5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2월의 급증세는 잦아들었지만 안정세를 찾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증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통상 대출 승인이 주택 매매계약 체결 후 한두 달의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2월 중순 이후 주택 거래량 급증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4~5월까지는 대출 확대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월 한 달간 가계대출이 3조931억원 폭증했던 것과 비교해선 급감했지만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이 월 1조원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올해 1월에는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5000억원가량 줄어든 바 있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3월에도 늘어난 건 대출금리 인하와 함께 주택 매매 수요가 늘면서 주담대 취급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는 지난 2월 심상치 않은 대출 흐름에 금융당국이 시급히 가계부채 관리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은행권이 대출 관리를 강화했고 그에 따라 어느 정도는 대출 증가세가 더뎌졌다고 평가한다.
다만 여기에는 2월 중순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주택 거래량 증가, 그와 관련한 대출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주택 거래와 대출 심사·승인 간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장정수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지난 27일 금융안정 상황 설명회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2월 중순 해제된 이후 주택 거래량이 많이 늘었다”면서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한두 달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3월 중순부터 영향을 미칠 것이고 4~5월까지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103건으로 전월(3389건)보다 80.1% 늘었다. 3월 거래량도 지난 28일까지 신고된 것만 4440건에 달한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월 거래량이 3000건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바뀜이 그만큼 활발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관계부처 합동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현황을 더욱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직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지만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지난해 2~3분기 가계대출 급증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월례간담회에서 가계부채와 관련해 “2월 수치는 관리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3월(20일 기준)도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도 “문제는 집을 계약하고 보통 1개월, 길면 2개월 있다가 대출 승인이 나고 하기 때문에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의 선행 지표가 거래량이라면 가계대출은 거래량, 가격에 후행하는 변수다. 지난달 거래량 확대가 대출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은행권 실무자와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는데 최근에는 일간, 주간 단위로도 주요 지역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