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원산지 규정 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2.07 /AFPBBNews=뉴스1 |
4월 2일로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발표를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에 이어 26일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산업계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까지 부과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이 세계 각 국의 대미국 관세뿐 아니라 △보조금 △각종 규제 △부가가치세(VAT) △환율 등 비관세장벽까지 고려해 부과하겠다는 상호관세의 주무부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다. 전 세계 200여개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조사해야 할 무역대표부의 직원은 고작 258명. 직원 한 사람이 한 국가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건데 4월 2일까지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직원 258명의 미국 무역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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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USTR) 개황/그래픽=윤선정 |
미국 무역대표부는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에 의해 그해 특별무역대표부(STR·Special Trade Representative)로 설립된 후 양자·다자간 무역협상을 이끌고 있다.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국제통상법 전문 변호사인 제이미슨 그리어(46). 젊지만 트럼프 1기 무역 책사 역할을 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78)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대중국 고율관세 부과에 관여하는 등 경험이 풍부하다. 무역대표부 홈페이지에는 그리어가 미중 1단계 무역협상에 참여했으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의회 비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소개돼 있다.
무역대표부의 주요 업무는 △무역, 통상정책의 수립·집행 △외국과의 협상 진행 및 지휘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상대국과의 협상, 보복조치 집행이다. 해외에는 스위스 제네바,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멕시코 멕시코시티 등 4곳에 사무실이 있고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도 대표를 파견하고 있다.
무역대표부는 △양자, 지역 및 다자간 무역과 투자 문제 △미국 상품 및 서비스를 위한 시장 접근성 확대 △미국 수입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협상 △일반특혜관세제도(GSP) 및 301조 관련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감독 △무역 관련 지적 재산권 보호 문제 등에서 무역 정책과 협상 스킬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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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의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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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한국 관련 주요 내용/그래픽=이지혜 |
미국 무역대표부가 매년 작성하는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와 '스페셜 301조 보고서'도 중요하다. 2024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는 한국과 합의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이 '과도기적 조치'였음에도 16년간 유지되고 있으며 소고기 패티와 육포, 소시지 등 가공육이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11일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관련해 미국무역대표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인 걸 알지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슈"라고 밝히며 우리 언론도 주목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미국 무역대표부는 △OTT 플랫폼 규제와 망 사용료 관련 논의에 우려를 표시하고 △지도 정보 등 위치기반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 △외국 로펌의 소유 지분(49%) 제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출자 금지 등을 무역 장벽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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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상호관세는 물리적으로 무리… '더티 15'에 집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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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갖고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2일부터 25% 관세 부과로 연간 1천억 달러(약 147조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27 /AFPBBNews=뉴스1 |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국가별로 다른 품목별 관세를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촉박한 마감 기한을 앞두고 인원이 258명에 불과한 무역대표부가 상호관세를 국가마다 품목별로 세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도 "200명 남짓한 인원의 미국 무역대표부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200개 국가의 관세장벽, 비관세장벽, 환율, 부가가치세 등을 체계적으로 검토해서 정교하게 관세율을 책정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상호관세가 대미국 무역흑자 규모가 크고 관세·비관세 장벽이 높은 일부 국가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더티 15'(전체 국가의 15%를 차지하는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을 강조했고 해셋 위원장은 10~15개국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도 '상호관세에 대한 의견 요청' 문서에서 미국의 최대 무역상대국과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들에 대한 의견 제출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는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대만, 태국, 튀르키예, 영국, 베트남 등 21개국을 핵심 관심 국가로 지정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전체 상품 무역에서 88%를 차지한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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