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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한 대통령, 급박했던 순간…"배우 관심받으려" 암살 꾸민 美 청년[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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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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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 주니어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당시 힝클리가 쏜 총알에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레이디와 경찰관 토마스 델라헌티가 부상을 입고 쓰러진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AFPBBNews=뉴스1,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및 박물관


"조디 포스터를 감동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1981년 3월 30일(현지시간). 26세 청년 존 힝클리 주니어가 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받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25분쯤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D.C.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오찬을 마친 뒤 리무진으로 향했다.

호텔에는 대통령 전용 출입구가 있었고, 이곳에서 주차된 리무진까지는 9m밖에 되지 않는 거리였다. 짧은 거리였기에 레이건 대통령도,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도 방탄복을 따로 입지 않은 채 이동했다.

앞서 경찰은 주변 검문 검색을 통해 안전이 확인된 이들만 접근하도록 했으나, 대통령을 보기 위한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이 뒤섞였다. 그 중엔 암살미수범인 존 힝클리 주니어(당시 26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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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 주니어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힝클리의 총격이 있기 전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몰려든 인파에 손인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AFPBBNews=뉴스1,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및 박물관


출구에 레이건 대통령이 등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AP통신 마이크 푸첼 기자는 대통령을 불러 질문을 던지려 했다. 푸첼이 "Mr. President!"(대통령)라고 부르는 순간, 힝클리가 대통령을 향해 총알 여섯 발을 쐈다. 단 4m 거리에서 1.7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첫 번째 총알은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레이디의 머리에 박혔고, 두 번째 총알은 경찰관 토마스 델러헌티의 척추에, 세 번째 총알은 맞은편 건물 창문에 박혔다.

지근거리에서 난 총소리에 경호를 맡은 제리 파 요원은 "Take off!"(출발해!)라는 말과 함께 급히 대통령을 리무진으로 밀어 넣으며 자신도 차에 올라탔다. 팀 매카시 요원은 리무진 앞을 막아섰다. 그렇게 네 번째 총알은 매카시 요원 하복부에, 다섯째 총알은 리무진 방탄유리에 맞았다.

리무진은 곧바로 출발했고, 파 요원은 엎드린 상태로 차에 탄 레이건 대통령이 무사한지 살펴봤다.

레이건 대통령은 입에서 거품이 섞인 선홍색의 피를 토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 리무진 방탄 차체를 맞고 튕긴 여섯 번째 총알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백악관으로 향하던 리무진은 급히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으로 차를 돌렸고, 레이건 대통령은 4분 만에 병원에 도착해 응급 수술을 받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수술 직전까지도 아내 낸시 레이건 여사에게 "Honey, I forgot to duck"(여보, 내가 피하는 걸 깜빡했어)이라며 농담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당시 혈액 약 40%가 빠져나간데다 왼쪽 겨드랑이에 맞은 총알이 폐를 스쳐 심장에서 겨우 1인치(약 2.5㎝) 떨어진 곳에 박혀 있었던 심각한 상태였다.

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었지만, 후유증이 컸다. 레이건 대통령은 집중 치료 끝에 약 12일 만에야 백악관에 복귀했다. 중태에 빠졌던 브레이디 대변인은 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고, 델러헌티 경찰관은 왼쪽 팔이 마비돼 은퇴해야 했다.

이 사건 이후 대통령의 도착과 이동 장면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게 됐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에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참석자들의 무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게 됐다.


"대통령 노린 이유?…조디 포스터 관심받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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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 주니어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현장에서 체포됐다./사진=AFPBBNews=뉴스1,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및 박물관


미국 수도 한복판에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힝클리는 바로 체포됐다. 범행 이유는 황당하게도 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힝클리는 1976년 영화 '택시 드라이버'를 본 뒤 배우 조디 포스터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했다. 1980년 포스터가 다니던 예일대학교 인근에 숙소를 잡고 스토킹을 시작했다.

포스터가 듣던 수업을 청강했고, 기숙사 방 문 앞에 시와 편지를 남겨놓는가 하면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편지에는 "조디, 우린 함께 할 운명이야"(Jodie, you and I are destined to b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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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던 존 힝클리 주니어가 백악관 앞에서 찍은 사진. /AFPBBNews=뉴스1


여러 노력에도 관심을 받지 못하자 힝클리는 포스터가 출연한 '택시 드라이버' 내용처럼 대통령 암살을 기도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망상에 빠졌다.

처음엔 지미 카터 대통령을 노렸으나 경호원은 매일 나타나는 힝클리를 의심했고, 결국 그는 불법 무기 소지로 체포돼 암살 시도는 무산됐다.

그러나 힝클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1981년 당선된 레이건 대통령으로 암살 타깃을 바꿨다. 암살에 성공하기 위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했던 리 하비 오스왈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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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 드라이버' 속 배우 조디 포스터의 모습. /사진=영화 '택시 드라이버' 스틸컷

레이건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기 1시간 전, 힝클리는 포스터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남겼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건 당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서예요. 적어도 이 역사적 행위를 통해 당신의 존경과 사랑을 얻을 기회를 줘요.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힝클리는 재판에서 살인미수 등 13개 혐의로 기소됐으나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점에서 정신이상이 참작돼 형사처벌 대신 정신병원에 수감돼 치료받았다.

힝클리는 완치됐다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석방을 요구했으나 매번 거절됐다. 사건 36년 만인 2016년 당국의 보호관찰 아래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노모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허용됐고, 2022년 자택 보호관찰에서도 풀려나 41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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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힝클리 주니어는 1981년 3월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체포됐고, 정신이상이 참작돼 정신병원에 수감됐다. 2016년부터 보호관찰 아래 자택에서 지내던 힝클리는 2022년 영구 석방됐으며, 현재 가수로 활동 중이다./AFPBBNews=뉴스1


보호관찰 중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기타 연주, 노래 등을 선보여온 힝클리는 가수로 활동 중이다. 자유를 되찾은 힝클리는 2022년 7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다. 티켓은 모두 팔렸지만 주최 측은 안전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다.


대통령 저격 이유로 꼽힌 조디 포스터, 트라우마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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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디 포스터. /AFPBBNews=뉴스1


포스터는 힝클리의 범행 이후 큰 충격을 받아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1982년 매거진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왜 나야?'(Why me?)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포스터는 "힝클리의 가장 큰 범죄는 사랑과 집착을 혼동한 것"이라며 "감정이 지나치면 미친 짓"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포스터는 인터뷰 도중 힝클리의 이름이 언급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가 하면 1991년 NBC '투데이 쇼'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방송에서 힝클리가 언급될 거란 이야기에 방송 직전 출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포스터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힝클리 범행 직후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이 무너졌다. 모든 곳에 비밀 요원들이 있었고, 보디가드가 상주했다. 안전 가옥에서 지내야 했다"며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순간"이라고 말했다.

힝클리는 총격 피해자들과 포스터를 사건과 연관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며 "그들은 (나를) 용서할 수 없을 테지만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 일이 끔찍하게 느껴진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수년간 뉘우쳐 왔다. 내가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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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디 포스터와 그의 동성 아내인 사진작가 알렉산드라 헤디슨. /AFPBBNews=뉴스1


힝클리는 포스터의 관심을 갈구하다 스토킹 끝에 범행을 저질렀는데, 포스터는 2013년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 수상 소감을 밝히던 중 레즈비언이라 커밍아웃했다. 이듬해 4월 사진작가 알렉산드라 헤디슨과 결혼했으며, 정자 기증을 통해 두 아들을 낳았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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