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3.27 ⓒ AFP=뉴스1 |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4월 1일부터 10만 명의 국민이 참여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가 실시되면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CBDC 발행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은 왜 연구를 계속하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테스트는 '개인정보 유출' 이슈와 거리가 멀다. 물론 위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카드나 간편결제(삼성페이)와 데이터 수집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즉, CBDC 테스트에 참여하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과장된 해석에 가깝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돈'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처럼, 국가가 보증하는 '디지털 현금'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CBDC는 개인정보 이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현금은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CBDC는 디지털 형태이기 때문에 거래 기록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내 모든 거래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모든 CBDC가 개인정보 이슈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CBDC는 '범용'과 '기관용'으로 나뉘며, 그 목적과 이용 대상이 다르다. 범용 CBDC는 중앙은행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고, 기관용 CBDC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간 거래를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범용 CBDC는 편의점에서 커피를 살 때 쓰는 돈이고, 기관용 CBDC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 간 대규모 정산·결제에 사용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결국 개인정보 이슈가 불거지는 것은 '범용 CBDC'에서다. 기관용 CBDC는 거래 주체가 모두 금융기관인 만큼 비즈니스 간(B2B) 거래에 국한되며, 개인정보가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거나 민감도가 매우 낮다.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 활용사례 및 세부 계획에 대한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병남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연구팀장,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장, 배수암 금융위원회 사무관. 2023.11.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은 '기관용' 중심…개인정보 우려 크지 않아
한국은행이 이번에 진행하는 테스트는 '기관용 CBDC'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이에 근거해 시중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일반 국민은 예금토큰을 통해 교보문고와 세븐일레븐에서 물품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직접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담당자는 "중앙은행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범용 CBDC를 발행하면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이번 테스트는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중앙은행이 보유하게 되는 개인정보는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예금토큰에서도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이같은 비판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이미 우리는 신용카드, 삼성페이·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대부분의 거래 데이터를 민간 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예금토큰이라고 해서 지금과 비교해 개인정보가 더 많이 수집되거나, 새로운 위험이 생기는 구조는 아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 예금을 맡기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쓰고 돈을 어디에 쓰는지 같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느냐"며 "구조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예금토큰도 결국 국민이 사용하는 만큼, 데이터 축적 구조가 국가에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예금토큰에는 시스템 내 거래 일시, 송금인·수취인의 난수화된 전자지갑 주소, 금액 등의 정보만 기록된다"며 "이 정보만으로는 거래 당사자 식별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미국도 '예금토큰'은 개발
그렇다면 미국은 왜 CBDC 발행을 중단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발행을 중단시킨 대상은 '범용 CBDC', 즉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정보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감시 강화 우려를 반영해 CBDC 발행을 금지한 것은 범용(소매용) CBDC에 해당한다"며 "은행 간 청산결제에 사용되는 기관용 CBDC의 경우 개인정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은행 씨티(Citi)는 지난 2023년 '예금토큰' 기반 서비스를 일부 시작했으며, JP모건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예금토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국의 CBDC 정책과는 상관 없이 예금토큰을 포함한 디지털 화폐 논의 및 실험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