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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이사·빨래·청소 다해줘”...외조의 힘 강조한 농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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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BNK 감독·배우 한상진 부부
언니 리더십으로 원팀 이뤄
여성 사령탑 최초 우승 기록
박감독 “내 결정에 용기주고
집에서 푹 쉬도록 도와줘”
첫눈에 반해 결혼한 한상진
농구서적·경기 보며 공부해
“옳고 그름 잘 판단하는 아내
좋은 리더가 될 것이라 확신”


매일경제

박정은 부산 BNK 감독과 남편인 배우 한상진이 오른손을 얼굴에 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드라마와 영화가 아닌 스포츠 경기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특별한 부부가 있다. 여성 사령탑 최초로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른 부산 BNK의 박정은 감독과 그를 외조한 남편이자 배우 한상진의 이야기다. “농구를 잘 아는 남편 덕에 내 선택에 확신이 생겼다”고 박 감독이 말하자, 한상진은 “앞으로도 하던 대로 외조를 잘해보겠다”고 답했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 만난 박 감독과 한씨는 서로의 얼굴을 볼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루 중 대부분을 떨어져 있던 시즌 때와 다르게 우승 인터뷰 등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다. 박 감독은 “시즌 중에는 계속해서 전략을 세우고 대회를 치르느라 남편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다. 우승을 차지하고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 감독에게 첫눈에 반해 따라다녔다고 밝힌 한씨. 2002년 후배에게 소개팅을 부탁해 자신의 연극을 보러 온 박 감독과 결혼에 골인한 건 2004년이다. 박 감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씨는 아내가 휼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한씨는 “옳고 그른 것을 누구보다 잘 판단하는 만큼 좋은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독이 된 뒤에도 아내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등 변한 게 전혀 없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멋진 감독이 된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설명했다.

아내를 우승 감독으로 만든 ‘특급 외조’에 대해서는 “전혀 특별한 게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씨는 “아내의 직장이 있는 부산에서 2021년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하던 대로 내가 해야 할 집안일을 했다. 아내가 바쁜 만큼 청소, 빨래 등을 하는 건 당연하다. 특급 외조라고 표현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남편의 외조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가끔씩 집에 가면 모든 게 완벽하게 정리돼 있다.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집에서도 마음 편하게 쉬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WKBL의 결혼 예찬론자 중 한 명인 박 감독은 BNK 선수들에게 한상진처럼 배려심이 깊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감독은 “운동 선수의 생활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지만 우리 남편은 달랐다. 언제나 내 생각을 먼저 해준 덕분에 선수와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도 좋은 인연을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씨는 프로농구 감독 남편에 걸맞은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수십 권의 전문 서적을 읽고 시간이 날 때마다 WKBL 경기를 시청했다. 한씨는 “아는 척하는 것을 너무 싫어해 농구 공부를 열심히 했다. 국내외에 출시된 농구 서적을 정말 많이 읽었다. WKBL 경기는 그동안 1000경기 넘게 본 것 같다. 꾸준히 공부해서 그런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농구를 더 많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남편의 농구 이해도에 대해 100점 만점에 80점을 줬다. 박 감독은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은 농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꾸준한 노력으로 준프로급 농구 지식을 갖게 된 남편이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술과 경기 운영 계획 등을 세우는 데 남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남편의 조언 덕분에 내 결정에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농구에 대해서는 남편이 따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내린 결정을 믿고 실행할 수 있도록 엄청난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몇 차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남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13년에 은퇴하기 전까지 다섯 차례 정상에 오르며 ‘명품 포워드’로 불렸던 박 감독은 2021년 BNK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에도 자신의 이름을 WKBL 역사에 남기고 있다. 박 감독은 1998년 WKBL 출범 이후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최초의 여성 사령탑이자 선수·지도자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의 이름 뒤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에 대해서는 감격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여성 지도자로서 그동안 걸어온 길이 쉽지 않았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누군가는 먼저 가야 하는 길인 만큼 더욱 힘을 내보려고 한다.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해서 부딪쳐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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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부산 BNK 감독과 남편인 배우 한상진이 손가락으로 1을 만들며 창단 후 첫 우승을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현역 선수 생활을 하던 막바지에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언니 리더십’이 생겼다고 밝힌 박 감독은 앞으로도 차분함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라오게 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화를 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작전 타임 때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건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많이 긴장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만큼 계속해서 부드럽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식스맨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다음 시즌에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내겠다는 포부를 전한 박 감독은 다시 한 번 원팀 만들기 작업에 돌입한다. 박 감독은 “농구에서는 한 명이 아무리 잘해도 우승하기 어렵다. 한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팀의 인기를 높일 수는 있지만, 성적을 결정할 수는 없다. 올 시즌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된 만큼 다시 한 번 선수들과 힘을 합쳐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한씨도 아내와 동일하게 지난 20일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다음 날부터 곧바로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다음 시즌에도 올 시즌과 달라지는 건 크게 없을 것이다. BNK의 응원단장인 만큼 아내와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려고 한다. 아내가 집에 왔을 때 푹 쉴 수 있도록 외조 역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부산에서 번 돈은 부산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공정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부산으로 이사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슴 뭉클한 우승으로 부산과 BNK, WKBL에 많은 관심이 집중돼 기분이 좋다. 부산의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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