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가 쓴 AI 활용법
양치 외 칫솔 용도 아이디어
사람이 10개 정도 떠올릴때
AI, 무려 122개 내놔 압도적
‘두번째 뇌’ AI 장착은 필수
공동작업 생산성 더 높여야
목적에 맞는 캐릭터 부여땐
좀더 기발한 답변 유도 가능
양치 외 칫솔 용도 아이디어
사람이 10개 정도 떠올릴때
AI, 무려 122개 내놔 압도적
‘두번째 뇌’ AI 장착은 필수
공동작업 생산성 더 높여야
목적에 맞는 캐릭터 부여땐
좀더 기발한 답변 유도 가능
듀얼브레인 |
지난주 한국을 찾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AI)혁명에 대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고했다. 신간 ‘넥서스’에서 밝힌 대로 AI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행위 주체자이기 때문에 AI를 통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능한 한 개발 속도를 늦추고 폭주를 막을 규제와 안전망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라리와는 다소 결이 다른 AI 필독서가 번역·출간됐다. 이번엔 경영학자의 관점에서 AI 혁명을 조망하고 이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생존 노하우를 담았다. 제목은 ‘듀얼 브레인’(원제 Co-intelligence: living and working with AI)으로 모두가 AI라는 두 번째 뇌를 장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의 스타 교수 이선 몰릭이다. AI나 컴퓨터 전공이 아니지만 ‘타임’이 AI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으로 선정한 권위자다.
이 책은 AI와의 실질적인 협력과 공동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AI에 논문을 읽고 요약하라고 시켰으며 글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다고 밝혔다. 직장생활이나 비즈니스 환경에서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실천적 조언을 건네는 셈이다.
그가 보기에 이전의 기술혁명은 대체로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상으로 했지만 AI는 여러 면에서 공동지능의 역할을 한다는 게 다르다. 초기 연구에 따르면 AI는 코딩에서 마케팅까지 다양한 업무의 생산성을 20~80%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혁명의 핵심이었던 증기력이 공장에 투입되면서 증가한 생산성은 18~22% 정도였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경우 지난 20년간 얼마나 생산성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와튼스쿨의 혁신 수업에서 AI는 이미 학생보다 발명을 더 많이 해내고 있다. 대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50달러 이하의 제품을 개발하는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연 결과 200명의 학생은 GPT-4와 맞붙어 패배했다. 그것도 압도적 패배였다. 심사단이 선정한 최고의 아이디어 40건 중 35건이 챗GPT가 제출한 아이디어였다.
칫솔을 양치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자.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몇 개를 생각해낼 수 있나. 보통 사람은 일반적으로 많아야 10개 정도다. AI는 2분 안에 122개를 제시했다. 물론 걸러야 할 답변이 상당수였지만 브레인스토밍과 관련해 시간을 줄여줄뿐더러 생각지도 않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AI와 공동작업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저자는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모든 작업에 AI를 초대하라는 것이다. 아직 정해진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가급적 AI를 활용해서 AI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이 주요 과정에 계속 개입한다. 인간이 개입할 때 AI 결과물이 더 좋을뿐더러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AI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AI의 주요 처리 과정에 능숙히 관여하는 능력을 키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적 성장의 불꽃을 먼저 보게 될 것이고 변화에 더 기민하게 적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셋째는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 가장 실용적이고 중요한 원칙이다. AI를 사람처럼 대하고,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페르소나를 AI에 부여하는 것이다. “이건 내 경력에 중요한 문제야”라고 말하면서 질문을 던지면 LLM(거대언어모델)은 더 나은 답변을 내놓는다고 한다. 가령 ‘스마트 워치를 홍보할 마케팅 슬로건을 만들어줘’ 대신 ‘재치 있는 코미디언이 되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마케팅 슬로건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전문가, 친구, 비평가, 이야기꾼 등 목적에 맞는 역할을 맡기면 인턴과 일하듯이 AI와 작업할 수 있다. “너는 마케팅 전문가야. 마케팅 슬로건으로 쓸 아이디어 20개를 서로 겹치지 않고 기발하게 만들어 보라”고 해보라. AI가 평균적인 답변을 제시하면, 조금 더 특이한 답변을 내놓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마지막 원칙은 지금의 AI를 앞으로 사용하게 될 최악의 AI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갈수록 강력해지는 외계 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경외감과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불안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일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AI를 제대로 알게 되면서 3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고백한다. 흥분과 불안이 뒤섞여 잠을 잘 수 없었다는 얘기다. 내 직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AI 미래를 그저 넋 놓고 지켜볼 일은 아니다. 글쓰기, 아이디어 창출, 디자인, 분석 등 여러 업무에서 역량이 하위권에 속한 사람은 AI의 도움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출 수 있다. 경쟁의 장이 더욱 평준화된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갈수록 많은 분야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이 AI의 도움 없이 일하는 사람보다 높은 성과를 낸다. 그래서 인간의 전문성은 더 중요해지고 학생들의 읽기, 쓰기, 역사를 포함한 모든 기본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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