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축구종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두 공격수가 '코리안 더비'를 벌인 것도 부족해 서로 한 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경기장이 '한국인 잔치'가 됐다.
둘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스토크 온 트렌트 BET563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랜드 챔피언십 39라운드 맞대결에서 나란히 한 골을 터트렸다. 배준호는 이날 홈팀 스토크 시티의 왼쪽 날개 선발로 나서 승리를 알리는 선제골 주인공이 됐다.
양민혁은 교체 명단에 들었다가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로 들어간 뒤 맹추격을 알리는 그림 같은 골을 집어넣었다.
결국 이날 승리는 스토크 시티의 몫이 됐지만 넓게 보면 한국 축구가 승자로 자리매김한 날이었다. 둘 모두 얼마 전까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지난 20일 오만전, 25일 요르단전에서 땀을 흘린 사이였다.
불과 닷새 만에 이역만리 영국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스토크 시티는 배준호의 선제골과 주니오르 차마데우, 밀리온 만회프가 릴레이 골을 넣어 후반 9분에 3-0으로 크게 앞섰다. 이후 QPR의 새로운 공격 엔진 양민혁이 후반 33분 만회골을 넣으면서 경기를 홈팀의 두 골 차 승리로 끝났다.
이날 승리로 스토크 시티는 10승 12무 17패(승점 42)를 기록하며 24개팀 중 18위가 됐다. 챔피언십은 22~24위를 차지한 하위 3팀이 다음 시즌 3부로 강등된다. 한 경기 덜 치른 22위 더비 카운티(승점38)와 간격을 4점으로 넓히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QPR은 이날 패하면서 11승 12무 16패(승점 45)가 됐다. 순위는 15위다. QPR은 양민혁이 입단하던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승격 희망을 키웠으나 최근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다음시즌 프리미어리그 입성은 거의 물 건너 갔다. 오히려 남은 7경기에서 정신 차리고 싸우지 않으면 강등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외할 수 없다.
이날 홈팀 스토크 시티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빅토르 요한손이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에릭 주니어 보카트, 벤 윌못, 애슐리 필립스, 차마데우가 백4를 이뤘다. 벤 피어슨, 바우터 부르게르가 더블 볼란테를 맡았다. 2선은 배준호와 루이스 베이커, 만회프로 짜여졌다. 샘 갤러거가 원톱을 봤다.
QPR 역시 4-2-3-1 전형을 썼다.
폴 나르디가 문지기로 나섰다. 케네스 팔, 모건 폭스, 로니 에드워즈, 지미 던이 수비라인을 꾸렸다. 잭 콜백, 요나탄 바란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격했다. 2선엔 루카스 앤더슨, 키어런 모건, 폴 스미스가 이름을 올렸다. 원톱은 카라모코 뎀벨레가 낙점받았다.
탐색전이 끝난 뒤 득점한 쪽은 홈팀 스토크였다. 한국인 공격수 배준호가 환호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 때 차마데우가 상대 페널티지역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뒤 반대편으로 낮게 크로스 올린 것을 배준호가 왼발로 곧장 차 넣어 원정팀 골망을 출렁인 것이다.
득점 뒤 오른팔을 하늘에 치켜 들며 기쁨을 만끽한 배준호는 이후 두 손을 귀에 대는 '안들려' 세리머니까지 함께 펼쳤다.
이번 시즌 배준호의 3호골이다. 지난달 15일 스완지 시티와 챔피언십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뒤늦게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린 배준호는 같은 달 26일 미들즈브러와의 홈 경기에서 2호골을 넣으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 달여 만에 QPR을 상대로 3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이후 스토크는 전반 44분 차마두, 후반 9분 만회프가 연달아 득점하며 승부를 손쉽게 마무리 짓는 듯 했다.
하지만 QPR로 가만히 있지 않았고 비수 같은 한 방을 꽂아넣으며 홈팀을 침묵하게 만든 공격수가 있었으니 바로 양민혁이었다.
양민혁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뎀벨레와 교체투입돼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비더니 후반 34분 아크 오른쪽에서 벼락 같은 왼발 대각선 터닝슛을 시도했다. 요한손이 그라운드에 쓰러지면서까지 막아보려고 애썼으나 볼이 골망을 출렁였다.
양민혁은 팀이 두 골 차로 뒤진 탓에 얼렁 볼을 집어들고 다음 공격을 위해 하프라인 뒤로 향했지만 몇몇 동료들이 그와 손뼉을 치며 축구종가 첫 골을 축하했다.
지난 1월30일 원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QPR로 이번 시즌 끝까지 임대된 양민혁은 지난달 15일 더비 카운티전에서 잉글랜드 무대 첫 공격포인트를 어시스트로 장식했다.
이후 몇 경기 선발로 나섰으나 부진했던 양민혁은 지난 16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선 교체명단에 들었다가 아예 출전도 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스페인 출신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은 양민혁을 잊지 않았고 스토크전에서 후반 조커로 기용했다. 양민혁은 감격의 축구종가 첫 골을 넣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이날 풀타임을 뛴 배준호와 후반전 45분을 소화한 양민혁은 서로 인사하며 먼 곳에서 서로를 격려했다.
배준호는 다음달 5일 오후 11시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의 원정 경기를 준비한다.
양민혁은 같은 시간 카디프 시티와 홈 경기에서 선발 복귀를 노린다.
사진=스토크 시티 / QPR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