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연합뉴스는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 장례식장에서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박 기장의 가족들이 눈물로 박 기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고 전했다. 박 기장의 유족과 지인 20여명은 박 기장의 시신이 담긴 관이 안치실에서 나와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유족들은 말없이 흐느꼈다. 영정사진을 든 박 기장의 아들은 아버지를 향한 묵념을 하다가 결국 고개를 들지 못하고 오열했다.
아내 장광자씨(71)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궂은일 하느라 수고 많았고, 사랑한다"며 "가족들과 늘 추억하고 감사하며 살 테니 천국에서 만나자"라고 인사했다. 고인의 30년 지기인 신상범씨(73)는 "성실의 아이콘과 같던 고인은 연기가 가득한 산불 현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헬기에 올랐다"며 가슴 아파했다.
박 기장은 육군항공대 소속 헬리콥터 기장으로 오랜 기간 복무하다가 전역 후 임차업체에 재취업했다. 석유 시추와 방재 작업,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 그는 비행 업무에 책임감이 강했다. 그는 비행 경력 40년인 베테랑 기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바쁜 와중에도 알뜰살뜰 가족을 챙기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아내와는 결혼한 지 45년이 넘었으나 매일 사랑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애틋함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전날인 지난 25일 오후 9시께에도 아내에게 평소처럼 안부를 묻고 '사랑해요, 여보'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전해졌다. 이는 고인과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
박 기장은 지난 26일 낮 12시 45분께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가 헬기가 추락해 사망했다. 고인은 공무 수행 중 사망한 순직자로 인정돼 경기 이천 국립호국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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