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홈런볼·웅진식품 하늘보리도 빠져
롯데제과·롯데칠성과 업종 겹친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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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크보＞포켓몬
크보빵의 인기 요인은 역시나 빵 속에 들어 있는 '띠부씰'입니다. 이번엔 캐릭터가 아니라 각 구단의 선수 사진이 담겨 있어 스포츠 트레이드 카드 같은 재미도 줍니다. 좋아하는 선수들의 띠부씰로 팀을 구성해 보는 '드래프트 라인업 인증 놀이'가 온라인 상에서 유행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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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이 출시한 KBO빵./사진제공=SPC |
2025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크보빵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면서 또다른 KBO 관련 제품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편의점 CU는 인기 PB인 연세우유 생크림빵 시리즈의 일환으로 두산 베어스와 손잡고 '먹산 생크림빵'을 내놨는데요. '먹산'은 먹는 것에 진심이라고 알려진 두산 베어스 팬들의 별칭입니다. 두산 경기가 있는 날 야구장 음식이 매진된 일화들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음식을 먹는 '먹성 좋은 두산'이란 의미를 담았습니다. 당연히(?) 출시되자마자 디저트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해태아이스도 인기 제품 '탱크보이'의 중간 발음이 '크보'라는 점에서 착안해 지난 2월 KBO와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했고 이달엔 기아 타이거즈와 부라보콘의 스폰서십을 체결하는 등 '야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해태는 앞서 '우리팀 홈런볼'을 통해 KBO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죠. 또 웅진식품도 대표 제품 '하늘보리'의 패키지에 KBO 구단 로고를 넣은 협업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식품업계에 KBO 마케팅이 활발한 가운데 유난히 잠잠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롯데입니다. SPC삼립의 크보빵에는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한 9개 구단 선수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해태 홈런볼에도 롯데를 제외한 9개 구단의 로고가 담겨 있고요. 하늘보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식품업계를 뒤흔드는 KBO 마케팅에서 롯데 자이언츠 팬들만 열외가 된 셈입니다.
경쟁사라서…
각종 KBO 마케팅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제외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해당 기업이 롯데 계열사와 경쟁 중이기 때문입니다. 크보빵을 만드는 SPC삼립은 롯데웰푸드의 기린빵과 양산빵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웅진식품은 롯데칠성음료와 경쟁하는 사이죠. 수십년 간 제과 시장을 나눠 온 해태제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해당 제품 제조사 측의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SPC삼립이나 웅진식품, 해태제과가 롯데를 열외시킨 게 아니라 롯데 측에서 참여를 원치 않았다는 겁니다. 이 회사들은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으니 롯데를 제외할 이유도 없습니다. 롯데 팬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테니 매출만 줄어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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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가 지난해 선보인 '우리팀 홈런볼'./사진제공=해태제과 |
롯데그룹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엄연히 롯데그룹 내에 과자, 빵, 음료를 만드는 계열사가 있는데 경쟁사 제품이 잘 팔리도록 도와줄 필요는 없다는 계산일 겁니다. 그런데 이 생각이 '맞는 말'이 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럼 '우리 계열사가 만든 우리 제품'이라도 내놔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롯데웰푸드가 단독으로 '롯데 자이언츠 빵'을 내놓는다 해도 그게 '크보빵'만큼 인기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크보빵의 인기 요인은 '띠부씰'을 랜덤으로 뽑는 '가챠(캡슐 뽑기)의 재미'입니다. 롯데 선수들만 단독으로 들어 있는 제품이라면 롯데 팬들에게만 관심을 받겠죠. 그래서일까요. 롯데칠성음료나 롯데웰푸드는 현재 롯데 자이언츠 관련 빵이나 음료 등을 내놓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존심 말고 팬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건 KBO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충성스러운 팬으로 알려진 롯데 팬들입니다. 다른 모든 구단 팬들이 띠부씰을 교환하고, 나만의 팀을 만들며 우리 선수를 수집하는 데 롯데 팬들은 구경만 해야 합니다. 씰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새로 유입되는 팬들이 많을 텐데요. 이 역시 롯데는 제외입니다. 타 팀 팬들도 피해자입니다. 모두가 즐기는 행사에 한 팀이 빠지니 뭔가 부족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타 팀의 팬이지만 롯데 자이언츠에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롯데가 여러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되짚어 보면 결국 경쟁사와 협업할 수 없다는 '자존심'입니다. 하지만 팬들은 어떨까요. SPC삼립이 만든 크보빵 속 띠부씰에 나승엽, 전준우 선수의 모습이 있으면 '롯데 팬'으로서 자존심이 상할까요. 하늘보리 패키지에 롯데 자이언츠의 로고가 아로새겨지면 민망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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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제공=롯데그룹 |
오히려 팬들 사이에서는 "롯데는 왜 이렇게 사업이 많아서 이런저런 콜라보레이션에서 다 제외되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옵니다. 음료사업만 했다면 크보빵과 홈런볼 에디션은 나왔을 테고 제과사업만 했다면 하늘보리라도 나오지 않았겠냐는 거죠.
신동빈 회장은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주인 동시에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야구광입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정신적인 것을 포함해 이는 그룹에도 필요한 요소다. 구단 경영을 잘하면 이점이 엄청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동의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롯데그룹이,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자존심보다 '스포츠의 힘'을 더 중요시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조만간 '크보빵, 롯데 자이언츠 합류' 소식이 들려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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