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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 덴마크·그린란드 갈등 부추기는 이간질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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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덴마크 겨냥 “그린란드 주민에 소홀”
그린란드 향해선 “덴마크와 관계 끊어야”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섬을 찾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덴마크 정부를 겨냥해 “그동안 그린란드 주민을 위해 뭘 해준 게 있느냐”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동시에 그린란드 자치정부를 향해선 “덴마크와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28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날 부인 우샤 밴스 여사와 함께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애초 우샤 여사 혼자 섬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간소한 일정으로 알려졌으나, 밴스 부통령도 동행하기로 하며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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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북극 그린란드에 있는 미군 피투픽 우주 기지를 방문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장병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1500㎞쯤 떨어진 섬 북쪽 끝에 자리한 미군 피투픽 우주 기지를 방문했다. 미사일 방어 시설이 있는 피투픽 기지는 이날 기온이 섭씨 영하 17도에 이를 만큼 추웠다.

그는 연설에서 “러시아, 중국 등 매우 공격적인 국가들의 침략으로부터 그린란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 5만7000명의 주민이 사는 그린란드는 대규모의 미개발 광물 및 석유가 매장돼 있어 이를 탐내는 강대국이 많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기 위해 무력을 쓸 수도 있다”고 했으나 밴스 부통령은 그런 위협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자결권’이 있다는 점을 일깨우며 “1721년부터 섬을 지배해 온 덴마크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청했다. 덴마크 식민지로 출발한 그린란드는 1979년 처음 자치권을 얻은 이후 자치정부 권한이 차츰 커져 현재는 덴마크 국왕을 국가원수로 섬기고 외교·국방을 덴마크가 담당하는 것 말고는 독립국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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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섬의 북쪽 끝에 있는 미군 피투픽 우주 기지 전경. 러시아 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AFP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은 이어 덴마크 정부를 겨냥해 “당신네는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지 않았다”며 “이 놀랍고 아름다운 땅의 안보에 너무 적게 투자함으로써 러시아와 중국의 침략에 취약해지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간의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이간질 시도로 풀이된다.

덴마크는 즉각 발끈했다. 프레데릭 국왕은 “그린란드에 대한 나의 사랑, 그리고 나와 그린란드 주민들 간의 완벽한 연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덴마크에 대한 미국 부통령의 언급은 정확하지 않다”며 “우리는 그린란드 안보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늘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는 국제적 규칙에 기반한 협력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옌스-프레데릭 닐슨 총리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밴스 부통령의 언행을 지목해 “그린란드 주민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덴마크와 관계를 끊고 우리와 손잡자’는 미국의 요구와 관련해 지난 1월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그린란드 주민의 압도적 다수가 그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실시된 총선에서도 반미를 외친 세력이 승리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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