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사망자 수는 140명을 넘어섰으며, 당국은 앞으로 며칠 동안 사망자 수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얀마 군사정부의 최고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TV연설에서 현재까지 최소 144명이 사망하고 73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태국 수도 방콕에선 고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최소 6명이 사망했다. 방콕 당국은 사망자 수를 당초 10명에서 6명으로 정정했으며, 부상자는 22명, 실종자는 101명이라고 밝혔다. 건설 중인 건물 붕괴 현장에서 잔해 속에 묻힌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들에 대한 수색은 계속 진행 중이다.
28일(현지시간)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강진이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후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
미얀마 군부, 지원 요청… 美 ·유엔 등 도움 손길
이러한 대규모 피해 상황에 각국의 구호 손길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엔(UN)에 따르면 미얀마에선 현재 300만명 이상이 내전 탓에 집을 잃었으며, 2000만명 가까운 국민이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미얀마는 정부군과 반군 간의 충돌로 인해 국가 전역이 불안정한 상태다. 2021년 2월 아웅산 수치 정부를 전복한 군사 쿠데타 이후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킨 미얀마 군사정권은 자체적으로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인도에서 오는 구호물자가 이르면 오는 29일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원조를 대대적으로 삭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얀마 군정의 도움 요청에 응할 것인지 질문받자 지진이 “끔찍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도울 것이며 이미 그 나라와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및 국무부의 해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대응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확실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유엔(UN)은 긴급 구호를 위해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에서 5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 군사 정권이 지원을 요청했으며 협력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오랫동안 내전 상태에 있는 미얀마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지진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구호위원회(IRC)의 미얀마 디렉터 모하메드 리야스는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28일(현지시간) 미얀마 중부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한 주민이 네피도에서 파손된 건물 옆 잔해 위로 소지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AFP) |
사원 붕괴 및 댐 범람…주요 도로 및 다리 파괴
전날 발생한 지진은 7.7 규모로 미얀마의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이후 6.4 규모의 여진이 뒤따랐다. 미얀마는 지진이 잦은 지역이지만, 이번처럼 인구 밀집 지역을 강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만달레이에서는 다수 건물이 붕괴했으며, 주요 불교 사원도 무너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공무원 숙소로 사용되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구조대가 생존자를 구조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얀마의 영자신문인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5개 도시와 마을에서 건물이 붕괴하고, 주요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다리 2곳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 한 장의 사진에는 수도 네피도의 주요 병원 응급실이 무너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만달레이에서는 유명한 마 소에 얀 사원이 눈앞에서 땅속으로 가라앉는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됐다. 또 기독교 구호 단체인 크리스천 에이드는 만달레이에서 댐이 무너져 저지대 지역이 침수됐다고 전했다.
양곤에서는 주민들이 지진 발생 즉시 거리로 뛰쳐나왔으며, 네피도에서는 일부 주택이 무너져 구조대가 벽돌 더미를 치우며 생존자를 찾는 모습이 목격됐다.
28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강진 발생 여파로 태국 방콕에서 고층빌딩이 무너져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로이터) |
태국 방콕, 고층 건물 붕괴… 중국서도 부상자 발생
태국에서는 수도 방콕의 짜뚜짝 시장 인근에서 33층짜리 건물이 붕괴하면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이 순식간에 먼지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영상이 SNS에 퍼졌으며, 구조대가 즉시 출동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현장에서 목격된 바로는 차들이 갑자기 멈춰 서고, 인근 고속도로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구조대가 도착한 후에는 부상자들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방콕에서 지진이 느껴지는 일은 드물지만, 이번 지진 탓에 고층 건물에서 대피하는 시민이 속출했다. 현지 변호사 보라누트 티라왓은 AP에 “처음에는 조명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건물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우리는 12층에서 계단을 통해 급히 탈출했다”고 말했다.
태국을 방문 중이던 스코틀랜드 출신 관광객 프레이저 모턴도 AP에 “쇼핑몰에서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고, 일부는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뛰어 내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미얀마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는 중국 윈난성과 쓰촨성에서도 감지됐으며, 미얀마 국경에 인접한 중국 루이리시에서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건물이 파손됐다고 중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루이리시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중국 도시 망시에선 시민이 강한 흔들림으로 인해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