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옥산면 신계2리 기룡산에서 민가 방향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먼저 임차인의 경우 산불로 인해 거주 중이던 주택이 전소되거나 구조적 손상을 입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보증금의 반환 여부다. 주택이 소실됐다고 해서 임대차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것은 아니며 임대인은 여전히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주택 자체가 소멸한 상황에서는 임대인의 반환 능력이 제한될 수 있고, 이 경우 임차인은 채권자로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또는 경매 절차를 통한 회수를 시도해야 한다. 아울러 전자제품, 의류, 가구 등 주택 내에 보관하던 가재도구와 생활 물품의 손해 역시 임차인에게는 큰 부담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손해에 대해 임대인이 책임을 지지 않지만, 누전 등 임대인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임차인 본인이 화재보험이나 가재도구 보험에 별도로 가입해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피해 회복의 유일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예림 변호사. |
하지만 손해배상 과정에서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임대차 계약서상 천재지변 발생 시 계약 해지나 책임 면제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손해배상 청구 시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임대인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화재 예방 조치가 미비했음을 입증하거나 건물 내 안전시설 관리에 명백한 하자가 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또 정부에서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경우에는 일시 주거지원, 피해 복구비용 보조금, 긴급 생활자금 융자 등의 공공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산불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대표적인 자연재해지만 그 피해를 줄이고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장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임차인과 소유자 모두가 사전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임대차 계약서를 통해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며, 공공기관이나 제3자의 책임 소재를 분석하는 노력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