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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마을도 잿더미…사라진 3대 삶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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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주일가량 이어진 산불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3대가 살아왔던 집은 재만 남았고 아름다운 해안가 마을은 검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피해 현장은 박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해안 절벽에 지어진 집들이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 같다고 해서 따개비 마을이라 불리던 곳.

하지만 산자락 넘어 순식간에 날아든 불길에 마을 곳곳엔 깊은 생채기가 남았습니다.

이곳은 영덕 해안가에 있는 따개비 마을이라는 곳입니다.

굉장히 아름다운 해안가 마을인데 산불이 이곳까지 덮치면서 마을은 이렇게 잿더미가 돼버렸습니다.

불길이 닥쳐오자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는 72살 김성국 할아버지.

[김성국/영덕 따개비마을 주민 : 조상들 쭉 대대로 내려오는 집이다 보니까, 내가 또 여기서 태어났고 (아내가) 시집와서 여기서 잔치도 하고 그랬거든, 시집올 때….]

불이 난 이후 처음으로 기자와 함께 다시 찾은 집에 서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합니다.

[김성국/영덕 따개비마을 주민 : 한숨 나와, 한숨. 이거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네, 할 수가 없어]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주택에서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왔건만, 허무하게 주저앉아 터만 남은 집을 보자니 절망감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김성국/영덕 따개비마을 주민 : (불나기 전에) 집 사람이 하는 말이 지금이 최고 행복하다고 했거든. 난초도 있었고 뭐 화분도 있었고…. 가슴 아프지 말하면. 가슴 안 아프면 안 되지.]

지품면 수암리에서 3대째 살아온 90살 홍병기 할아버지.

[홍병기/경북 영덕군 수암리 주민 : 아버지 때부터 나 때부터 우리 아랫세대는 전부 다 여기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평생 여기서 사셨죠?) 네네.]

푸른 봄이 오고 울긋불긋 가을이 와도, 늘 같은 자리를 지켰던 하늘색 지붕의 소중한 터전은, 이제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홍병기/경북 영덕군 수암리 주민 : 아이고 참 진짜… 내가 살던 집이어도 참….]

백 년 넘게 이곳에 살면서 수해도, 산불도, 태풍도 다 이겨냈지만 이번 같은 공포는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홍병기/경북 영덕군 수암리 주민 : (평생 이런 불 본 적 있으세요?) 처음이죠. 6·25 때 불도 아무것도 아니고 사라 태풍도 아무것도 아니고… 다 말하라면 이루 말할 수 없죠.]

거센 불길은 수십, 수백 년,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터전마저 허무하게 잿더미로 만들었지만 다시 일어서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꺾지 못합니다.

[김성국/영덕 따개비마을 주민 : 복원하고 싶죠. 세월이 좀 걸리겠지만 그렇게 해야 안 되겠습니까.]

(영상취재 : 제 일·설민환, 영상편집 : 원형희)

박수진 기자 star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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