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출연 :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 정리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 신율
예, 시청자 여러분.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정말 엄청난 일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제일 우려해야 할 것은 지금 남쪽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불 문제입니다. 이거 정말 큰 걱정이죠.
오늘도 비가 내리긴 했지만, 아주 조금밖에 내리지 않아서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참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여러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바로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피해를 입고 이재민이 된 경상도 일대 주민들과 우리가 함께 공감할 때, 이분들께는 정말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야 할 것 같고요.
정치권도 지금 난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려졌는데,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저는 법원의 판결이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려는 건 아니고요.
많은 분들이 예상에서 벗어난 결과에 상당히 놀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 이 부분, 과연 야권 정치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새미래민주당의 전병헌 대표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 전병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신율
어제 이재명 대표 판결, 어떻게 보셨어요?
▲ 전병헌 충격적이고 황당했습니다. 도저히 무죄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고요.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무죄를 확정해가는 내용과 순서 하나하나가, 일반적인 상식과 이성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논리들이었습니다.
아무리 법리나 법률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해도, 이번 판결은 너무 지나치게 현학적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알량한 몇 가지 법 조항을 명분 삼아 국민을 농락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 신율
그런데 어쨌든 2심에서 무죄가 나왔잖아요.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조기 대선이 있다고 가정하면 대선 전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정도 해소된 거라고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전병헌
해소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워낙 중요한 대선입니다. 국가를 대표하고, 나라의 미래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 선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무엇보다 인물에 대한 검증과 확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총 12건의 기소 중 8개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그중 5건의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이번 2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건은 그중에서도 가장 형량이 가벼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입니다.
반면 나머지 11건은, 유죄가 확정된다면 매우 심각한 파렴치한 부패 범죄, 또는 반도덕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에,국가 지도자로서 자격과 위상에 대한 국민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죄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의 정치 관행을 보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그런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오랫동안 ‘기소되면 공직 후보자의 피선거권이 없다’는 원칙을 지켜왔고요.
그건 정치권에서의 관행이자, 합리적인 기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수사와 기소를 받아 재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동시에 공직선거에 출마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거든요.
△ 신율
17대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죠?
▲ 전병헌
그렇죠. 그런데 그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 불거진 논란이었고요. 저는 민주당을 함께 만들어온 사람인데, 당시 민주당의 당헌·당규에는 기소가 되면 공천 후보자에서 기본적으로 원천적으로 컷오프되는 구조였습니다. 즉, 자격이 상실되는 거였죠.
▲ 전병헌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이미 그때부터 여러 건의 기소 가능성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른바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소위 ‘홍위병’들을 동원해서 당헌·당규를 바꿨죠.
기소가 되어도 공직 후보로 나올 수 있게 만들었고, 기존에는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출마할 수 없었던 규정까지도 다시 고쳐서, 3심까지 결과를 지켜볼 수 있게 바꿔놓은 겁니다.
이게 바로 오늘날 민주당의 룰이 되어버렸는데, 전형적인 ‘위인설관’, 즉 특정 인물만을 위한 규칙 만들기입니다. 매우 부도덕한 일이고, 민주당이 오랫동안 지켜온 정치 관행과 원칙을 스스로 깬 일이기도 하죠.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후보가 된 인물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고, 또 어떤 심판을 내릴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2건 중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건 선거법 위반 사건이었고, 그게 이번 2심에서 일단 비켜간 겁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나 상식적인 법조계 의견을 보면 “무죄가 나온 건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검찰도 이미 상고를 결정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3심이 진행된다면, 충분히 다시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는 거죠.
△ 신율
제가 들은 바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심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비율이 전체적으로 1.7%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어려운 확률을 뚫고 이재명 대표가 무죄를 받은 셈인데,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 내에 대선 ‘잠룡’이라고 불리는 분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전병헌
저는 지금 민주당 내 대선 주자들이, 지금이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대선 출마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든지, 아니면 정면으로 맞붙든지 해야죠.
지금처럼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정상적인 경선을 통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라는 부패하고 낡은 틀을 깨고 나와,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만들고,국민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건 이제 결단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민주당의 두꺼운 기득권 체제, 그 틀을 그냥 덮어쓰고는,
혹시라도 이재명 대표가 말씀하신 것처럼 사법 리스크로 낙마하게 되면 그 수혜를 자신이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회주의적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며칠 전에도 제가 지적했지만, 그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가장 큰 사법 리스크, 무려 12건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후보를 고집하는 민주당에 남아서, 지지부진하게, 미적지근하게 머물러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잠룡’이 아니라 ‘패룡’, 즉 패배할 운명을 지닌 존재일 뿐입니다.
심지어 저는 ‘허룡’ 허울뿐인 존재라는 표현도 썼어요. 시간이 갈수록 이재명의 당 안에서는 ‘잠룡’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겁니다.
△ 신율
그런데 지금 소위 말해서 ‘이재명계 대선 잠룡’이라고 불리는 분들 말이죠. 결국은 대선을 포기하든지, 민주당 안에 그냥 머물든지, 아니면 제3의 플랫폼에서 뭔가를 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새미래민주당이 제3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전병헌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새롭게 나선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부도덕성, 그리고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는 그의 행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지적해왔고요.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과 이재명 체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정파들이 거의 없다 보니까, 저희가 마치 민주당과 이재명만 공격하는 것처럼 착각하시거나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윤석열 정권의 폐해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하고 있지만, 사실 스스로 플랫폼이 되는 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당에는 현재 야권에서 이재명 대표 다음으로 유력한 2위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 1위 후보를 품고 있는 정당이 스스로 플랫폼을 운영하겠다고 나설 경우, 자칫 기득권을 행사하거나 불공정하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의 생각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인사들이 자체적으로 세력이나 정파를 먼저 형성한 뒤, 그들이 ‘새미래민주당’과 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과정을 거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하자 없고 깨끗한, 민주적 정통성과 역사성을 갖춘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후보를 선출하자는 게 저희의 제안이자 기대입니다.
(사진=노진환 이데일리 기자) |
△ 신율
그런데 조국혁신당도 자신들이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거 아닌가요?
▲ 전병헌
정확히 말하자면, 조국혁신당이 “우리가 플랫폼 하겠다”라고 주장했다기보다는, 민주당 내 기득권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부 그룹들이 문제입니다.
그들은 민주당 내 경선이 이재명 중심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1극 체제라고 보고, 이런 구조 안에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제3정당인 조국신당이 플랫폼 역할을 하고
경선 관리를 해주자는 취지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제안한 것이죠.
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는 민주당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제가 알기로는 조국혁신당 측도 이재명 대표가 참여하지 않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자신들이 책임지고 관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 신율
그러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잖아요. 제가 앞서 ‘비명계 잡룡’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이런 상태에서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그저 ‘잡룡’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 없는데, 근데 이거 왜 이렇게 늘어지나요? 뭐라고 보세요?
▲ 전병헌
글쎄요. 저희가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감각과 추론으로 판단해보면, 한덕수 국무총리 대행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 때처럼 헌법재판관 8명이 각자 서로 다른 주장과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조율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다른 헌법재판관들을 이끌 수 있을 만큼의 무게감이나 사법적 내공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닌가, 솔직히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윤석열 탄핵 과정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으로서 너무나 역량이 부족하다, 아쉽다, 이런 판단이 들더라고요.
△ 신율
근데, 잠깐. 계엄령 얘기 말이죠. 이낙연 전 총리가 작년 5월쯤에 계엄 얘기를 들었다고 말씀하셨죠?
▲ 전병헌
네네.
△ 신율
그러니까, 이게 꽤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였다는 거잖아요?
▲ 전병헌
제가 보기에는요, 사실 지난 총선 이후에, 그러니까 4월 총선 이후 민주당이 거의 190석, 국회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했잖아요.
그 이후로 윤석열 정부는 그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단순히 어려운 게 아니라, 탄핵 얘기만 나오면 아예 정부가 마비될 지경이었죠.
그런 와중에 지금은 입만 열면 “마은혁 재판관 빨리 임명하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사실 작년 9월, 헌법재판관 두 명의 임기가 끝났을 때도 헌재 인사를 빨리 했어야 했어요.
그런데 탄핵은 하겠다고 밀어붙이면서, 정작 헌재가 제대로 구성되도록 신경 쓰는 정당은 없었죠. 당시엔 오히려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 협조하려 했지만,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아서 결국 헌재는 정족수 미달 상태로 위기를 겪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9월부터 이미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탄핵을 하겠다고 하면서 헌법재판관의 의결 정족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결론을 무관심하게 방치한다면, 이건 사실상 탄핵을 시켜놓고 그 탄핵으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를 무한정 끌고 가겠다는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국정 마비 전략, 음모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민주당이 그에 해당되고요. 국민의힘은 그런 부분에 대해 정신 차리고, 민주당에게 헌법재판소의 공석인 재판관들을 신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저는 여러 차례 이야기했었습니다.
작년 9월에도 이미 그런 상황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솔직히 저는, 민주당이 그런 ‘심보’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뜻밖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치명적인 자충수를 두면서 헌법재판소가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생기게 되었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뒤늦게 재판관들을 임명하겠다고 나선 거죠. 지금은 마은혁까지 임명하라고 밤낮없이 얘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작년 4월 총선 이후 정말 사방이 꽉 막혀버린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윤석열이라는 인물 자체가 협상이나 타협, 설득이나 대화 같은 데 능숙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냥 자기가 생각한 대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고, 검찰 내에서도 가장 무자비한 수사로 유명했던 분 아닙니까.
실제로 자기 손으로 수사를 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그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옛날식 계엄령이라도 해서 단순히 발목만 잡히는 게 아니라, 야당 전체를 사지까지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런 유혹을 상당히 많이 느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가끔씩, 수시로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살짝살짝 새어나와 정치권에 퍼지기도 했고요.
물론 그때 당시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해도, ‘지금 세상이 계엄령을 상정할 수 있을 정도로 후진적이진 않다’ ‘민도도 높고, 민주주의 수준도 높다’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설마설마 했던 것이죠.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윤석열이라는 분은 현실 감각이 좀 떨어져 있는 분이라서, 결국 엉뚱한 자충수를 두었다고 저는 봅니다.
(사진=노진환 이데일리 기자) |
△ 신율
그런데 아까, 민주당이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빨리 하라고 하던 것 말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2심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이제는 그렇게까지 급하게 밀어붙이진 않을 거다
이런 분석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 전병헌
상대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신율
조금 느긋해졌겠죠?
▲ 전병헌
그렇죠, 약간 느긋해진 부분이 있겠죠. 사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그냥 그대로 진행됐다면, 이미 탄핵이 됐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일관된 전략 중 하나는, 자신의 범죄 리스크를 회피하고 모면하는 것입니다. 그게 최우선 과제였죠.
그리고 두 번째는, 그 리스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겁니다. 그게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받고 있는 12개의 혐의를 방어하려면 대통령이라는 자리만큼 강력한 방탄복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더 간절하게 권력을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당장의 급한 불, 선거법 2심 판결은 껐기 때문에 조금은 느긋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그 전까지는 너무 다급했잖아요. 선거법 2심 선고와 탄핵을 동시에 놓고, 말 그대로 ‘시소 게임’을 벌였던 거죠. 그런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초조해져서 마구잡이로 재촉하게 되고, 심지어는 ‘쌍(雙) 탄핵’까지 거론됐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사법부에서 일종의 1차적인, 잠정적인 면죄부를 준 셈이 되니까, 이제는 그렇게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 지금까지 조급하게 서둘러온 결과, 오히려 스텝이 더 꼬이고 탄핵도 지연되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점을, 본인들도 이제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제는 무리하게 재촉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김태형 이데일리 기자) |
△ 신율
그런데 마은혁 후보자 문제는 계속 주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대표님께 여쭤보고 싶은 건, 탄핵이 결국 인용이 될지, 각하가 될지 어떻게 보십니까?
▲ 전병헌
상식적으로 보면, 저는 탄핵이 인용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이재명 대표 사건을 보면, 모든 걸 다 피의자 중심으로 해석해서 ‘의심이 있을 경우에는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했잖아요. 그런 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문제도 비슷한 요소가 많습니다.
첫 번째로, 저는 그냥 두었으면 탄핵됐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증거로 꼽히는 홍장원 씨의 메모와 증언, 그리고 곽종근 사령관의 증언?이 둘이 가장 치명적인데, 그중 홍장원 씨의 메모와 증언은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죠.
처음엔 메모가 한 장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네 장이라는 게 밝혀졌고, 처음엔 실외에서 썼다고 했다가 실내였다고 말을 바꿨고, 나중엔 약물 투약 중이라 헷갈렸다는 식으로 자신의 진술을 스스로 부정했습니다.
이건 사실상 증언이 오염된 정도가 아니라 ‘오물’ 수준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더 결정적인 건, 메모를 작성한 다음 날 국정원장을 만나서 이재명 대표와 통화하라고 권유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이미 본인이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투항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에요. 심지어 일본 상사에게도 이재명 대표와 통화하게 하려 했다는 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행동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이 사람 자체가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인물이라고 판단합니다. 결국 이 증언은 증거의 결정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채택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곽종근 사령관의 녹취록이 있었잖아요. 자기 동창과 아주 인간적인 하소연을 나누는 과정에서...
△ 신율
뭔가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었겠죠.
▲ 전병헌
그렇죠. 그 하소연 속에서 “나를 내란죄로 엮는단다, 양심 고백 안 하면 그렇게 된단다”
이렇게 말했단 말이죠.
저는 그런 회유가 실제로 있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동창에게 그런 하소연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해명이 더 황당하잖아요. 그 말을 했던 사람이 자기 동창이라고요? 그건 너무나도 황당하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해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진술 역시 정치권의 압박 속에서 나온 것이라 보고, 그 자체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발언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 당시 국회 안에 투입된 요원들은 공포탄만을 소지한, 정식 실탄이 없는 요원이었고, 그 수가 고작 17명뿐이었습니다.
그 17명 가지고 어떻게 수백 명의 보좌진과 국회의원들을 끌어낼 수 있었겠습니까?
국회 안에는 150명이 넘는 보좌진과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끌어내라’는 지시가 국회의원을 향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요원을 향한 것이었는지를 따져볼 때 국회의원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봅니다.
그리고 검찰 측의 진술 내용을 증거로 채택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2020년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돼서, 피의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형배 헌법재판관 권한대행은 그 진술을 일방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는 것처럼 판단해버렸어요. 이건 명백히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판단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절차적으로는 기각 사유가 너무 많아요. 내용 면에서는 인용하고, 탄핵하고, 파면시키는 게 맞다고 보지만, 절차와 과정만 놓고 보면 기각되거나 각하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정말 예측불가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번처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 사례, 아까도 1.6%라고 하셨는데 그게 하필 왜 야당 대표에게 적용됐을까요?
그러니까 이 탄핵 문제도 똑같아요. 하필이면 왜 대통령이냐는 얘기가 나오고, 또 하필이면 왜 야당 대표에게 1.6%라는 극소수의 예외 케이스가 적용되느냐는 거죠.
그렇게 조각조각 쪼개서 각하하거나 기각한다 해도, 솔직히 말해 민주당은 할 말이 없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재명 대표의 이번 무죄 판정이 오히려 윤석열 보수 진영이나, ‘절차’를 매우 중시하는 법률가들 입장에서는 각하나 기각의 명분을 강화해주는 결과가 되어버렸어요.
결국 이번 사건은 판을 윤석열이 먼저 망쳐놨고, 그 위에 이재명이 또 망쳐놨고. 이재명의 범죄 리스크가 윤석열의 리스크를 각하시키는 구실이 되는…
이런 식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계속 유지돼 온 겁니다. 이 지점까지 온 것 자체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노진환 이데일리 기자) |
△ 신율
그래서, 결정이 언제쯤 날 거라고 보세요? 다들 계속 묻고 있잖아요.
▲ 전병헌
저는 처음부터 “3월 안에는 안 날 거다”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이 “내일쯤 나올 것”이라며 촉박하게 예상하셨지만요. 제 생각엔 4월로 넘어갈 거고, 4월 4일이나 4월 11일쯤 발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신율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까지는 나와야 할 거잖아요?
▲ 전병헌
그렇죠. 그분들이 퇴임하면 의결 정족수 확보가 더 어려워지거든요.
그러니까 탄핵이든, 기각이든, 파면이든, 인용이든, 각하든, 어떤 결론이든 간에, 그 두 분이 있는 상태에서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더 ‘인용’ 의견이 많은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죠. 그게 맞는 절차라고 봅니다.
△ 신율
지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사실상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잖아요. 사실 헌법재판관 이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요즘엔 거의 모든 국민이 마은혁 이름을 알 정도니까요.
근데 지금 한덕수 총리 권한대행이 그를 임명하려고 하면, 민주당이 또 재탄핵하겠다고 나오는데,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전병헌
지금 이재명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받았잖아요. 당장 눈앞에 떨어진 범죄 리스크는 일단 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덕수 대행을 또 탄핵하겠다고 나서는 건, 그야말로 스스로 민심을 걷어차는 행위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산불 사태가 매우 심각하잖아요. 역대급 규모로 번지고 있고, 국가 재난 상황인데.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현장에 필요한 상황이란 말이죠.
직접 나가서 불을 끄지 않더라도, 경험 있는 최고 지휘관을 이런 비상시국에 잘라낸다는 건… 그건 두말할 것 없이 국민에 대한 배신입니다.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신율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야기도 있죠.
▲ 전병헌
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요. 저는 그것도 그냥 엄포용이라고 생각해요. 강경파 쪽에서 “최상목 잘라야 한다”, “썩은 감자는 도려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데, 전 그 주장 자체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진짜 ‘썩은 왕감자’가 누구인지. 어느 당이, 어떤 인물을 품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말해야죠.
그리고 또 하나,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이재명 대표의 2심 재판도 보통 사람 같았으면 209일 정도면 끝났어야 할 걸 무려 909일이 걸렸잖아요. 일반인의 4배가 넘는 시간이 걸린 이 상황이야말로
‘지연된 불의’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지금 와서 ‘지연된 정의’를 운운하는 걸 보면, 정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국민 앞에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저는 진심으로 어처구니없고, 실소가 나옵니다.
△ 신율
그런데 우리가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린다고 가정했을 때, 이번 대선에서 가장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는 뭐라고 보세요?
▲ 전병헌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요. 지금 민주당 내 이른바 ‘잠룡’들은 거의 사실상 소멸된 상황이라고 봐야죠.
야권에서는 이낙연 대표 한 사람만이 살아남게 될 것 같고, 나머지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후보가 나올 텐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대선에서 0.74% 차이였잖아요? 지금 이낙연 대표 지지율이 10% 안팎이니까, 공식적인 출마 선언이나, 이준석 대표처럼 포지션을 확실히 하면 지지율이 조금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새미래민주당이 어떻게 캐스팅보트를 행사할지, 어떤 권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보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지금이야말로 개헌 연대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정치가 사람의 문제이기 이전에, 제도 자체의 문제라는 점이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습니다.
그래서 분권형 대통령 중심제로 바꿀 필요가 있어요. 또, 양당제 역시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AI 시대, 실시간 정보화 시대, 그리고 개인 미디어 시대에는 이미 정치적 다양성이 기본이 되어야 해요. 그런데 양당제는 오히려 극단적인 양극화만 부추기고 있죠. 미국조차도 그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당제야말로 다원화된 사회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고 보고, 이를 위해선 선거제도 개혁과 분권형 개헌, 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걸 통해서만이 정치 혁신, 정치적 대전환이 가능하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보면, 다음 대선의 핵심은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과의 연대, 즉 합종연횡이 가장 중요한 전략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신율
예,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쎄요… 이게 언제 끝날지 전혀 가늠이 안 돼요.
설마 4월까지 넘어가진 않겠지 싶지만, 만약 4월도 넘긴다면 정말 끝이 안 보이겠네요.
아무튼 지금처럼 정국이 붕 떠 있는 느낌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정치도, 우리 마음도 좀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