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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 타살 배제 못해”...30년만에 비밀 해제한 외교문서 38만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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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김일성 관련 정보전
러, 김일성 타살 가능성 거론
김정일 체제 지속가능성에 의문 제기
중국은 김정은 체제 빠르게 인정

美, 과거에도 민감국가 이유 안 밝혀
정부, 70년대 핵무장론을 사유로 추정


매일경제

1992년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이 극비로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매경DB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하자 각국은 사인부터 후계 구도까지 긴급하게 정보를 교환하며 북한의 급변 사태가 불러올 지정학적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노력했다. 러시아는 타살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북한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보도 쏟아졌다. 다만 중국은 김일성 주석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덩샤오핑의 배후 영향으로 가장 먼저 북한의 권력 세습을 인정하면서 북한의 체제 안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30년이 지나 비밀이 해제된 1994년 외교문서를 28일 공개했다. 분량은 무려 2506권 38만여 쪽에 달한다. 문서에는 1994년 7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 한국 외교당국이 주요국과 나눈 긴급한 외교 소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세계 각국은 김 주석의 사망으로 북한 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당시 김일성 주석이 심장혈관 이상, 동맥경화, 과로 등으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타살 가능성도 거론됐다. 주중 러시아대사관 참사관은 김하중 당시 주중 한국 대사관 공사와 만나 “극단적인 생각이지만 (남북) 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김일성의 사망을 촉진시켰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후계자 김정일과 그가 이끌 북한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이 다수였다. 스탠리 로스 당시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반기문 당시 주미대사관 공사와 면담에서 “김정일이 승계에 성공하더라도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통성이 결여돼 있는 데다 경제난으로 일정 기간 이후 많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정일이 핵문제와 관련해 강경파이기 때문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개혁·개방 흐름 속에 북한과 거리를 뒀던 러시아 당국자들도 북한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994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승주 당시 외무장관과 만나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김정일 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덩사오핑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외교부의 한 인사는 “김일성은 과거 중국 방문 시 덩샤오핑에게 아들 김정일 문제를 부탁(托孤·탁고)해두었기 때문에 덩샤오핑이 생존해 있는 한 중국 정부는 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DOE)는 과거에도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면서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시 한국 외교당국은 미국이 이유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며 미국 측에 명단 배제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정부는 1 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에서 미국에 민감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당시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여러 이유(핵비확산, 국내 불안정, 테러리즘 등)가 나열돼 있으나 한국이 어떤 이유로 민감국가로 지정됐는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핵 관련 문제로 유추한 정황도 있다. 외교부는 당시 내부 검토를 통해 “핵무기 개발 관련 1970년대 한국의 핵정책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민감국가 지정 이유를 추정했다. 박정희 정부 당시 ‘독자 핵무장’ 움직임을 언급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민감국가 지정 사유에 대해 ‘외교 정책’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함의가 있는 ‘보안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 제기된 핵무장론이 지정 이유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3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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