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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기안84가 지난해 뉴욕에서 풀코스 마라톤(42.195km)에 도전했죠.
풀코스 마라톤을 뛰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게 많습니다. 알맞은 러닝 자세부터 호흡법과 심폐 지구력 향상을 위한 운동, 그리고 잘 맞는 러닝화 등 장비까지.
이렇게 풀 마라톤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패로 끝날 수 있는 도전이지만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이유는 완주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쾌감 때문일 겁니다.
산업계에서도 종종 ‘풀코스 마라톤’에 비유되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개발입니다. 신약개발에 성공하기 위해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과 약 1조~2조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신약후보물질 1만 개가 연구개발(R&D)이라는 풀 마라톤에 뛰어들지만, 이 중에 단 1~2개 정도만 완주에 성공합니다. 국내 기업들도 일제히 신약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지만, 완주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과 성공 확률이 낮은 이유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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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기업, 주총서 일제히 “신약 개발" 선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습니다. 각 기업은 사업 다각화, 경영진 재정비, 지배구조 개편 등 굵직한 안건을 논의했습니다.
역시나 주주들의 큰 관심을 받은 의제는 신약 연구개발 현황과 계획이었습니다. 신약이야말로 그룹의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일동제약, 부광약품 등 전통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대표 주자인 셀트리온도 올해를 신약 개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이번 주총을 통해 기업별로 신약 개발 현황과 계획들이 공개되면서, 주식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을 면치 못한 반면, 신약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뛰며 희비를 보였습니다.
신약 개발 소식은 이렇게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된 투자 요소입니다. 신약 개발이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사업이기 때문인데요. 혁신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수조원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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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10년간 약 1조~2조원 소요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제조업의 개발 기간이 평균 3년인 것에 비해 신약 개발의 호흡은 매우 긴 편입니다. 개발 기간만 통상 10년이 걸리고, 때에 따라 10년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개발 비용은 약 1조~2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건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임상시험에 앞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물질 최적화를 위한 기초연구가 진행됩니다. 이후 동물을 대상으로 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전임상시험’이 약 2~3년간 이뤄집니다.
전임상이 끝나면, 유효성·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위해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수행되는데요. 임상시험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임상1상은 신약을 사람에게 최초로 적용해보는 과정으로, 약물의 안전성 검증이 최대 목표입니다. 20~8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며 평균 수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됩니다.
임상1상에 성공해야만 임상2상이 진행되는데, 2상에서는 최대 약효를 보이는 약물 투입 양에 대해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평균 소요 연수는 1~2년, 피험자 수는 100~300명입니다.
약효 검증 마지막 단계인 임상3상에서는 더 많은 환자를 모집해 안정성과 약효에 대한 확실성을 높입니다. 임상 3상은 1천~5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평균 3~5년이 소요됩니다.
임상시험을 모두 성공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신약 허가 신청의 검토(NDA)’를 거쳐 약물 상품명이 최종 결정됩니다. 보통 17~24개월 기간이 소요되며, 승인되면 최종 과정인 시판 후 감시로 넘어가고, 거부되면 제약회사가 문제점을 해결할 때까지 과정은 중단됩니다.
[제작 조혜인] 합성사진 |
◇ 1만개 중 단 1~2개만 성공…AI 신약에 거는 기대
글로 읽기만 해도 숨이 차는 이 과정들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신약이 나옵니다. 약 1만 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출시됩니다. 확률로 따지면 0.01%인 셈입니다.
이렇게 희박한 성공 확률을 대폭 높여주는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AI)인데요. AI 기술은 신약개발 전주기를 통틀어 가장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시험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가 한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해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섭니다. 통상 타깃 발굴, 후보물질 스크리닝, 물질 최적화 등에만 총 4~7년 소요되지만, AI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단 1년 만에 신약후보물질 발굴이 가능합니다.
전임상부터 임상 1~3상까지 10년가량 소요되던 개발 기간도 7~8년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전주기 신약 R&D에 소요되는 기간이 절반가량 단축되는 셈입니다. 현재 수조원이 드는 비용도 최소 6천만원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에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R&D에 AI 활용을 확대하면서 세계적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견을 위한 AI 설루션 시장의 규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980만 달러에서 연평균 45.7% 성장해 오는 2027년 40억35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 AI가 단백질 구조를 완벽히 예측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있지만,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인간이 풀지 못하는 생물학적 난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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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