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대차잔고가 단기간에 늘고, 개별주식 선물이 없으면서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평가 가치)이 높은 종목이 공매도 재개 후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꼽았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여기에 더해 개별주식 선물이 없는 종목을 주의해야 한다.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은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는 동안 개별주식 선물을 팔아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해 공매도를 대체해 왔다. 개별주식 선물이 없는 종목은 숏 포지션에 공백이 있었던 만큼 공매도 거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이 고평가 상태이고, 업황이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려워 주당 순이익(EPS)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경우 등도 공매도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요건에 해당하는 대표적 종목이 에코프로다. 에코프로는 개별주식 선물이 없으면서 대차잔고 비중이 이달 들어 4%포인트 넘게 늘어 11%대로 뛰었다.
개별주식 선물이 있기는 하지만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도 공매도 재개 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이차전지 업종으로 업황 부진으로 올해 이익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페타시스를 주의 종목으로 꼽은 증권사 역시 다수다. 이수페타시스는 이달 들어 대차잔고 비중이 3%대에서 8%대로 5%포인트 넘게 증가했고 개별주식 선물이 없다.
이밖에 HLB와 한미반도체를 공매도 유의 종목으로 언급한 증권사가 다수다. HLB는 개별주식 선물이 없고 대차잔고 비중이 8%대인 점을, 한미반도체는 개별주식 선물이 있기는 하지만 한달 새 5%포인트 가까이 대차잔고 비중이 늘어난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공매도 전면 재개가 일부 종목이나 업종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약세를 보이면서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던 3차례 중 증시가 부진했던 2009년과 2011년에는 공매도 재개 후 코스피지수가 상승 흐름을 보였다.
오히려 공매도가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숏 자금들의 주가 하강 영향력보다 롱(매수) 자금들의 주가 상승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 후 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늘면서 수급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후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오는 5월 31일까지 2개월간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공매도가 급증한 종목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 이튿날 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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