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의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최근 무죄를 받아 또 한 번 ‘산’을 넘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이 대표에게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었던 사법리스크를 사실상 지워 대권 준비를 위한 탄탄대로를 텄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형사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놓였을 때 법원의 판단 결과를 받아들면서 고비를 돌파했는데, 그 이력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29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인 이재명’이 맞닥뜨린 첫 번째 사법리스크도 선거법 사건이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때의 일이다.
2019년 5월 1심은 이 대표의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항소심은 이 대표의 4가지 혐의 중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형의 정신병원 입원을 주도적으로 지시했는데도 ‘강제입원에 전혀 관여한 적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경기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이 대표는 2020년 7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사건을 무죄 취지로 뒤집으면서 다시 살아났다. 당시 대법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대표 손을 들어줬다. 이 취지대로 같은 해 10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그대로 확정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는 모습. [헤럴드DB] |
이 대표의 두 번째 사법리스크는 구속 위기였다. 검찰은 이른바 백현동 개발특혜 사건, 위증교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묶어 2023년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았다. 그보다 앞서 같은 해 2월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 성남FC 후원 사건과 관련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이때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법원의 영장심사 없이 절차가 종료됐었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구속 수사를 받고 구속 기소 수순으로 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대표 영장심사를 담당한 당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만일 구속됐다면 이 대표로선 정치 활동을 사실상 멈출 수밖에 없는 위기였는데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기사회생’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 |
세 번째 사법리스크는 최근 선고된 공직선거법 사건 2심이었다.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1심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터라 2심에서 유무죄 여부는 물론, 유죄일 경우 형량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을 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만일 이 대표에게 대선 전 ‘벌금 100만원 이상’ 판결이 확정되면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되고 벌금 100만원 이상 형량이 선고될 경우, 2심 선고 결과를 안고 대선 국면에서 대법원 판단 상황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이 대표의 결정적 사법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깨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 자체가 사실상 사라졌다. 만일 향후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이 상고심 심리를 진행한 뒤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하더라도, 다시 두 번째 2심 및 두 번째 대법원 재판을 거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결 확정까지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 자체가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선거법 재판을 비롯해 위증교사 재판, 대장동 의혹 본류 재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 경기도 관용차와 법인카드 사적 사용 관련 업무상 배임 재판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재판 외 4개 재판 중 위증교사 재판만 2심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 3개 재판은 여전히 1심이 계속되고 있다. 위증교사 재판도 지난 11일 2심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단계고, 이 사건의 경우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었다. 적어도 수개월 내에 이 대표에게 유죄가 확정될 수 있는 판결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될 경우 이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