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69% 하락한 4만1583.9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97% 떨어진 5580.94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2.70% 빠진 1만7320.99에 거래를 마쳤다.
스멀스멀 오르는 인플레…실질소비 증가율 ‘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폭탄이 연이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 또는 반등할 기미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PCE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4%, 전년동월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 예상치 예상치(0.3%, 2.7%)를 웃돈 수치다. 근원 PCE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했기 때문에 기조적 물가흐름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식품 및 에너지를 포함한 PCE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2.5%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 (0.3%, 2.5%)에 부합했고 1월(0.3%, 2.6%)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정책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더욱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실질 소비자지출은 0.1% 증가했다. 이는 시장예상치(0.3%)를 밑돈 수치로 거의 4년 만에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모건 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경제 전략가인 엘렌 젠트너는 “연준이 여전히 ‘관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의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는 예외적으로 뜨겁지는 않았지만 특히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연준의 금리 인하 일정을 앞당기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美소비자 자신감 2년4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
이런 가운데 미국의 소비심리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증시는 낙폭을 키웠다. 미시간대는 이날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가 3월 57.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4일 발표한 잠정치 대비 0.9포인트 추가로 하향된 수치다.
2월과 대비해 11.9, 작년 3월 대비해선 28.2 각각 하락했다.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3개월째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소비자 기대지수가 3월 52.6으로 전월 대비 17.8, 전년 동기 대비 32.0 각각 하락해 낙폭이 더욱 컸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집계를 관장하는 조안 슈 디렉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소비자들은 향후 잠재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X의 투자전략책임자인 스콧 헬프스테인은 “다음 주 상호 관세가 기술과 같은 주요 수출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확실성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 여력이 약화되면서 경기민감 소비재와 같은 분야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증시가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레이딩 플랫폼 이토로의 브렛 켄웰 미국투자분석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위험이 커지면 투자심리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며 “다만 경제가 더 크게 악화하지 않는 한 스태그플레이션 열차에 올라타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위험 회피하자…기술주 일제히 급락
기술주들이 대거 급락했다. 아마존, 알파벳, 메타는 각각 4.29%, 4.89%, 4.29%나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역시 3.02%, 2.66% 떨어졌다. 테슬라 역시 3.51%, 엔비디아도 1.58% 하락하며 매그니피센트7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소비재 주가 역시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월마트는 0.56%, P&G 0.4% 떨어졌고, 비자카드도 2% 하락했다.
자동차 관세 발표로 미 완성차업체 주가 역시 연일 하락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 주가는 1.1% 빠졌고, 스텔란티스와 포드 모터 역시 각각 4.06%, 1.82% 하락했다. 전날 우울한 실적 전망을 발표한 스포츠 의류업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 주가는 14.19% 급락했다.
금값 사상 최고치…2년물 금리 3.91%·달러 약세
투자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자산 매수에 나섰다. 금값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급값 현물 가격은 이날 미동부시간 오후 3시 10분께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0.6% 오른 온스당 3074.35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온스당 3086.70달러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0.8% 오른 온스당 3114.3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이너메탈스의 피터 그랜트 선임 금속 전략가는 “관세와 무역, 지정학적 불확실성 관련 우려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채에도 투심이 쏠렸다. 오후 4시40분 기준 글로벌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1.6bp(1bp=0.01%포인트) 빠진 4.253%까지 내려갔다(국채가격 상승).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8.6bp 하락하며 3.912%까지 추락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달러 역시 약세도 돌아섰다. 주요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37% 내린 103.95에서 움직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도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0.56달러(0.80%) 하락한 배럴당 69.3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0.40달러(0.54%) 하락한 배럴당 73.63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