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
봄비를 읊은 많은 시가 그리움을 주제로 합니다.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로 시작하는 이수복 시인의 ‘봄비’가 대표적이지요. 박목월의 시 ‘봄비’는 또 어떤가요? 시인은 아련한 마음으로 골똘히 임을 그려 봅니다. “조용히 젖어드는/초가지붕 아래서/왼종일 생각하는/사람이 있었다//월곡령 삼십 리/피는 살구꽃/그대 사는 마을이라/봄비는 나려//젖은 담 모퉁이/곱게 돌아서/모란 움 솟는가/슬픈 꿈처럼.”
그렇지만 이 봄, 우리에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임을 추억하는 서정은 사치인 것 같습니다. 이상국 시인의 ‘비를 기다리며’는 간절함으로 시작합니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우장도 없이 한 십리/비 오는 들판을 걸었으면 좋겠다/물이 없다/마음에도 없고/몸에도 물이 없다/비가 왔으면 좋겠다/멀리 돌아서 오는 빗속에는/나무와 짐승들의 피가 들어 있다/떠도는 것들의 집이 있다.”
불길은 어느 정도 잡혔다지만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져 땅과 나무를 적시길, 화마가 할퀴고 간 숲이 회복하길 기원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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