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대병원에서 젊은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
‘복귀 마지노선’을 앞두고 서울대와 연세대를 시작으로 1년 여 동안의 ‘집단 휴학’ 대오에서 이탈하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다. 성균관대와 가톨릭대, 울산대까지 의대생 전원이 등록하기로 결정하면서 복귀 대열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 나온다. 대학들은 오는 31일까지 등록 기간을 연장하거나 제적 통보를 미루는 등 학생들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28일 주요 대학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울산대 의대는 군 휴학자 등을 제외하고 100%에 가까운 학생들이 등록했거나 할 전망이다. 또 성균관대와 가톨릭대, 울산대 의대생들도 등록하기로 뜻을 모았다. 1년 넘게 유지된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 단일대오가 무너진 셈이다.
이날 연세대는 1명을 제외한 의대생이 모두 등록했다. 최재영 연세대 의대 학장은 의대 교수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28일 17시 등록 마감 결과 1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학생이 복학신청과 등록을 했다. 따라서 오늘 우리 대학에서는 1명의 제적 학생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 등록하기로 결정한 서울대 의대생들은 이날 의대 수강신청 시스템에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전공 과목에 수강 신청이 몰렸다. 고려대는 80% 이상이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제적 처분 날짜를 31일로 미뤘다.
성균관대 의대생들도 이날 학생 투표 결과 등록 찬성이 53%로 과반을 넘어 복학을 신청하기로 했다. 가톨릭대 의대생들도 연세대처럼 ‘등록 후 투쟁’으로 선회했다. 울산대 의대도 전원 1학기 복학 신청을 하기로 결정해, 복귀 신청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날 등록을 마감하려던 다른 학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희대 의대생들은 이날 총회를 열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교 쪽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요구로 이날로 예정된 복학 신청 및 등록금 납부 시한을 30일 밤 11시 59분으로 연장했다. 전북대 의대 관계자도 “아직 복학 신청이 마감되진 않았지만 상당수가 복학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원광대도 복학 문의가 이어져 등록 마감일을 31일로 늦췄다.
복귀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대학은 여전히 복귀율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는 이날 정오까지 복학 신청 접수 기간을 연장했으나 복학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신대와 인하·조선대 등은 이날 등록·복학 신청 마감일이지만, 상당수 학교는 바로 제적하기보다 31일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복학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업 참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대학은 등록을 마친 의대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해야 복귀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학들은 복학원에 ‘복학 후 수업에 참여하겠다’(고려·연세대)는 문구를 넣어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수업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학생 보호 차원에서 서울대는 31일부터 1∼2주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고려대도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한림대는 녹화 동영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출석 체크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의대생 사이에서 ‘미등록 휴학’ 투쟁을 고수한 의대생 모임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대한 반발 기류도 읽힌다. 의대협은 연세대 의대생들이 ‘등록 후 휴학’으로 기조를 바꾸자 지난 27일 “(연세대 의대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39개 (의대) 단위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의대협에서는 학생들을 단속하기 위해 배신자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부정적인 학생들이 관망하던 태도를 바꿔 등록으로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시에 대규모 의대생 제적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협상 카운터파트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전직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학생들끼리 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책임져야 할 의협이 학생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있다”며 “권한을 위임받은 어른들이 상황을 해결을 못 해 결국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대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이날 “의협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오는 31일 40개 의대생의 수업 복귀 현황을 집계한 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복귀해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경우 2026학년도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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