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산불이 경북 영덕을 휩쓸던 당시 대피하던 일가족이 마을 진입로가 막혀 차를 버리고 탈출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알고보니 인근 주유소 사장이 진입로가 자신의 땅이라며 다른 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구덩이를 파놓아 일어났던 일입니다.
어찌된 상황인지, 하동원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좁은 시골길을 달리는 차량 한 대, 앞쪽 야산에 산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천천히, 천천히 엄마 따라가"
앞서가던 다른 차는 길 앞쪽에 불길이 치솟자 더 나가지 못하고 멈춥니다.
"안 된다 안 된다 뒤로 뒤로"
결국 다른 길로 돌아가는데, 빠져나갈 도로를 코앞에 두고 장애물 때문에 또다시 차를 세웁니다.
결국 앞서 오던 길로 차를 돌리다 배수로에 바퀴가 빠졌고, 이들 가족은 차 2대를 버리고 길 아래 도로로 탈출했습니다.
차량 운전자
"막혔을 때는 순간적으로 여기서 죽었구나 이렇게 생각했죠. 그래도 뭐 처자식 살리려니까 필사적으로 헤쳐 나갔죠."
당시 차량을 가로막은 건 철판과 구덩이였습니다.
마을 입구에 파진 구덩이는 성인 무릎 높이로 차량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근 주유소 업주가 자신의 땅을 통과하지 말라며 파놓은 겁니다.
주민들은 혹시나 모르고 지나가다 빠질까봐 철판으로 구덩이 앞을 막았습니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길을 돌아가야 한다며 주유소 업주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인근 주민
"1분도 안 걸릴 거리를 갖다가 한 3, 4분 정도 걸리잖아."
주유소 업주는 "사고 위험에 대비해 길을 막은 것이라"며 일가족이 위험에 처했던 것에는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TV조선 하동원입니다.
하동원 기자(birdie083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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