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운기로 계곡물을 퍼 올리는 기지를 발휘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지켜낸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한 청년 농부는 자신도 큰 피해를 입고도 지인과 힘을 합쳐 컨테이너를 사 주민 대피소로 제공했습니다.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날아든 불티는 마을 뒤 대나무 숲에 떨어졌습니다.
급히 비상 소화전에서 호스를 끌어갔지만 물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먼저 경운기를 끌고 왔습니다.
경운기 모터에 배관을 연결하고 계곡물을 퍼 올렸습니다.
사방에서 옥죄어 오는 불길과 밤새 사투를 벌였습니다.
[전용국/경북 영덕군 고곡1리 이장 : 우리가 급하다고 소방차가 1순위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동네마다 다 불났는데 (지원이) 안 되니까…]
덕분에 이 마을 주택은 한 채도 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권영수/경북 영덕군 고곡1리 주민 : {마냥 기쁜 상황은 아니겠어요?} 아니지 아니지. 서로 사람이라는 건 어울려서 사는데.]
37살 청년 농부의 빠른 판단은 마을 노인들을 살렸습니다.
전기가 끊어지자 노인들을 모두 차에 나눠 태웠습니다.
[신한용/경북 영덕군 황장리 청년농부 : 마대 자루에 수건을 집에 있던 걸 다 챙겼어요. 혹시 도망가다가 고립될까 봐 가다가 개울가에 들어가서 어르신들 호흡기 막고 몸 포복해서 살아보려고…]
안전한 곳에 모시고 돌아와 보니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오던 과수원과 집 남아난 게 없었습니다.
당장 살길이 막막하지만, 주저앉을 수 없었습니다.
지인들과 주머니를 털어 주민들이 머물 컨테이너를 샀습니다.
[신한용/경북 영덕군 황장리 청년농부 : 농사 가능하신 분들은 기거를 해야죠 여기서. 전기가 들어오고 통신이 복구되면 물도 나오고 하면…]
최악의 산불, 큰 불은 잡았다지만 주민들은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화면제공 시청자 김성대]
[영상취재 이우재 이완근 / 영상편집 김지우]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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