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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필사대피·전시민대피령·위기앞세계유산…긴박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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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불 주불 진화로 돌아본 1주일…동해안 초토화 속 대피행렬 '아비규환'
안동 초유의 전 시민 대피령…산불 코앞까지, 하회마을·병산서원 사수작전
연합뉴스

의성 지역 산불 진화율 95%, 고요함 속 폐허된 산림
(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이 일주일간 지속된 산불로 폐허가 돼 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의성 지역의 산불 진화율은 95%라고 밝혔다. 2025.3.28 psik@yna.co.kr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8일 주불이 진화된 경북산불이 일주일간 지역을 휩쓸면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은 쑥대밭이 됐다.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의성에서 동해안까지 들이닥치며 시민과 지역 사회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혼비백산한 시민들의 대피행렬부터 풍전등화에 놓였던 세계문화유산까지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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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초토화된 계곡 마을
(영양=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돼 있다. 석보면에서는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5.3.26 psik@yna.co.kr


◇ 경북 내륙에서 동해안까지 휩쓴 산불…혼비백산 대피

경북산불이 의성에서 동해안까지 번질거라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며 대피행렬은 혼비백산 그 자체였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시간당 평균 8.2㎞의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했다.

강풍을 탄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을 거쳐 발생 나흘째 동해안 영덕군까지 들이닥쳤다.

예상치 못한 화마가 산림, 민가 가릴 것 없이 덮치며 대피행렬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광범위한 정전, 통신 두절까지 발생해 대피행렬은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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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전소된 차량
(영양=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에 전날 발생한 산불에 불탄 차량이 보존돼 있다. 이 차량 인근에서 산불 대피하다 숨진 3명이 발견됐다. 2025.3.26 psik@yna.co.kr


동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는 7번 국도는 남쪽으로 피신하려는 차량이 몰리며 한순간에 꽉 막혀버렸다.

주민들은 당시 하늘에서 불덩이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며 생생히 기억했다.

영덕읍 주민은 "꽉 막힌 차량 사이로 불덩이가 비처럼 내려 자동차에 불이 붙으면서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동진하는 산불에 피신하던 주민들이 석리항·축산항·경정3리항 방파제로 내몰리는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이들은 짙은 해무와 연기에 고립돼 오도 가지도 못하던 못하던 끝에 울진해경에 구조됐다.

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에서는 대피 도중 가드레일에 부딪혀 불에 탄 차량 수십 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경북지역 사망자는 이날까지 주민 22명, 헬기 조종사 1명, 산불 감시원 1명 등 2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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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이 산불로 피해
(안동=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7일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마을 곳곳이 산불에 타 폐허로 변한 모습이다. 2025.3.27 handbrother@yna.co.kr


◇ 안동, 지자체 초유의 전 시민 대피령…연기에 갇힌 일상

경북 산불이 안동 전역으로 번지면서 지난 25일 초유의 '전 시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당시 지역 야산 곳곳에서는 산불이 강풍을 타고 날아가 번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연기 속 2∼3분 간격으로 울리는 재난 문자음과 대피 방송, 시민들의 두려움 섞인 울음소리가 섞이면서 지역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산불이 장기화하면서 안동 지역은 며칠간 연기에 갇혀버렸다.

매캐한 탄 냄새에 시민들은 일상이 된 듯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푸른 하늘은 볼 수 없었다.

연기 유입으로 도심 곳곳에 문을 닫는 가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길안면 등 일부 지역은 도로 통제까지 이뤄져 시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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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하늘
(안동=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 일대가 산불 연기로 회색빛 하늘을 보이고 있다. 2025.3.26 handbrother@yna.co.kr


일부 지역에서는 물과 전기 공급마저 끊기며 강제로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배방리 주민은 "마을 주택 70% 이상이 불에 타버렸다"며 "전기, 수도도 다 끊겨서 집이 멀쩡한 데도 어쩔 수 없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동시는 순식간에 들이닥친 산불에 용담사 불상 등을 옮기는 등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피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경북도가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집계한 산불 국가유산 지역 피해 현황에 따르면 경북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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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방어선
(안동=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6일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이 회색 연기와 연무로 가득하다. 소방당국이 하회마을 외곽에 장비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산불은 하회마을에서 직선거리로 7km 떨어진 의성군 안사면에서 발생했는데 바람이 하회마을 방향으로 불면서 연기가 밀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5.3.26 handbrother@yna.co.kr


◇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병산서원 코앞까지 닥친 산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한때 산불이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면서 아찔한 순간에 놓이기도 했었다.

산불은 지난 25일부터 하회마을에서 직선거리로 10㎞ 떨어진 안동시 풍천면에서 접근해왔다.

당시 마을 인근 야산에서 밤하늘 너머로 붉은빛이 희미하게 일렁이는 모습이 포착되자 주민들은 술렁이기도 했다.

산불은 하루 만에 병산서원에서 직선거리로 4.9㎞ 떨어진 남후면 상아리까지 도달했다. 현장에서는 야간에도 열화상 드론을 띄우며 산불이 3∼4㎞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당국은 분당 4만5천ℓ의 물줄기를 내뿜는 대용량 방사포를 설치하고 헬기를 이용해 마을 곳곳에 물을 뿌리는 등 총력 대응을 펼쳤다.

또 병산서원 존덕사 뒤편 1천322㎡ 면적의 소나무와 참나무를 베서 산불이 번질 경우를 대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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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에 물 뿌리는 소방관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27일 산불 연기로 뒤덮힌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 소방관이 물을 뿌리고 있다. 2025.3.27 hsb@yna.co.kr


다행히 산불은 바람이 잦아들자 소강상태를 보이며 더 접근하지 않았고 짧게 내린 비에 기세가 누그러지며 이날 완전히 꺼졌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약 150명이 모여 사는 마을로 기와·초가집과 유교 문화 등 전통이 온전하게 보존돼 2010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병산서원은 2019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9개 서원 중 하나에 포함돼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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