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생, 전원 복귀 등 대오 붕괴
연세대 의대, 미등록자 1명 제적 처리
"의대생 제적 위기인데 의협 뭐 하나" 비판
박단 부회장 "팔 한 짝 내놓을 각오 없이..."
서울대 의대 학생회가 모든 의대생의 등록을 결정한 것에 이어 연세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도 미등록 휴학에서 등록 후 휴학으로 대응 지침을 바꿨다. 의대생 절반가량의 등록과 학교의 제적 예정 통지가 겹치면서 대응 방식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복학 의사를 밝힌 학생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
정부와 각 대학이 못 박은 수업 거부 의대생들의 복귀 데드라인(3월 말)이 다가온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 강경 일변도의 대응 전략을 두고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자칫 대규모 제적이 불가피한데 의사 면허도 없는 의대생들을 의정갈등 최전선에 세워두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서울대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하는 등 대오 이탈이 가속화하자 다른 대학들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28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의대 재적생 중 등록 대상자(군 휴학자 등 제외) 전원이 마감일이었던 전날까지 1학기 등록을 마쳤다. 서울대 관계자는 "제적 대상자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도 이날 오후 5시 등록 마감 결과, 1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복학 신청과 등록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등록자 1명은 제적 처리된다. 최재영 연세대 의대 학장은 교수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앞으로 의대 학사 일정은 수업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수업 일수 기준에 맞춰 유급 처리할 것이며 수업 방해 행위가 발견될 경우 즉각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배신자' 낙인 탓에 말 못할 뿐 돌아오고 싶어해"
의대생 사이에서는 '미등록 휴학 투쟁' 노선을 고수해온 의대생 단체 집행부에 반기를 드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 40개 의대생 모임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집행부는 지난해 11월 등록금을 내지 않고 휴학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지금껏 이 기조를 밀어붙여왔다. 하지만 지난 27일 연세대 의대생들이 '등록 거부'에서 '등록 후 휴학'으로 전략을 바꾸자 의대협은 성명을 내 "(연세대 의대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39개 단위(의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의대생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의대협 집행부 일부 임원이 워낙 강경한 데다 다른 의견을 밝히면 '배신자'로 낙인찍는 분위기 탓에 겉으로 말하지 않을 뿐 의대생 다수는 일단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며 "서울대 의대생 투표에서 66%가 등록에 찬성한 것만 봐도 일반 정서를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의대협 집행부 내에서도 "미등록 투쟁을 고수하는 전략이 맞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택우 회장 등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를 향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의대생들이 제적 위기 앞에 섰는데 김 회장 등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요지다. 의협의 한 임원은 "전공의들은 1년째 정부 정책에 반발해 '탕핑(躺平·드러눕기)'하고 있지만 의사 면허가 있으니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아직 의사가 아닌 의대생은 사정이 다른 만큼 일단 학교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게 어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단 의협 부회장, '미등록 휴학' 강경하게 주장
하지만 사직 전공의인 박단 의협 부회장 등이 여전히 의대생들의 미등록 휴학을 주장해 집행부 내부에서도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양자택일 : 미등록 휴학, 혹은 복학'이라는 글에서 "처단. 상대의 칼끝은 내 목을 겨누고 있는데,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 등록 후 수업 거부를 하면 제적에서 자유로운 건 맞느냐"며 "저쪽이 원하는 건 결국 굴종 아닌가"라고 적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의협이 제적 사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책임 없이 얘기하기는 쉽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단체는 발언하기 어렵다"며 "의협이 의대생을 선도하고 이끌겠다는 것은 그들이 성인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