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이 26일 엘살바도르에 있는 중남미 최대 교정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를 찾아 “미국에 불법 입국하면 추방될 것”이라고 연설하고 있다. 테콜루카=AP 뉴시스 |
엘살바도르에 있는 중남미 최대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를 찾은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불법 입국·체류자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영상을 촬영했다가 오히려 역풍에 휩싸였다. 일부에서 놈 장관이 창살에 갇힌 수용자들 앞에 서서 고급 시계를 착용한 채 연설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갱단이라는 증거가 없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까지 해당 시설로 대거 추방해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2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전날 놈 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에 있는 테러범수용센터를 방문해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이 갇힌 일부 감옥을 돌아봤다.
이후 그는 빽빽이 늘어선 수용자들을 배경으로 연설에 나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수용자들은 놈 장관이 발언할 동안 마스크와 상의를 벗은 채 서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수용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방된 이민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불법으로 미국에 온다면 이는 여러분이 직면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라며 “이 시설은 여러분이 미국 국민에 대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사용할 수단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이 26일 엘살바도르에 있는 중남미 최대 교정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손목에 롤렉스 데이토나 골드 모델로 추정되는 시계를 착용한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Sec_Noem |
놈 장관의 연설이 담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그가 착용한 시계에 주목했다. 시계 전문가들은 WP에 해당 시계가 약 6만 달러(약 8800만 원)에 달하는 롤렉스 데이토나 골드 모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뉴욕의 한 빈티지 시계 딜러는 “엘살바도르 교도소를 방문하는 동안 그런 시계를 착용한 것은 ‘엿 먹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인권 단체인 워싱턴 라틴 아메리카 사무소의 분석가 애덤 아이작슨은 놈 장관을 향해 “당신은 그 나라의 하위 10~20%에 속하는 매우 가난한 사람들 앞에 서 있다”며 “당신은 자유를 과시하는 동시에 부를 과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1인당 소득이 미국 평균의 약 6%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의 감옥에서 금 롤렉스를 차다니” “수용자들 옷을 벗기고 무표정으로 줄 세워 영상 찍는 것은 연극 같다” “정부 급여로 6만 달러짜리 시계를 어떻게 구매했나”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국토안보부 차관보 트리샤 맥라플린은 놈 장관의 시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놈 장관은 자신의 책 수익금으로 직접 착용이 가능하고 언젠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품목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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