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8일 영남권 대형 산불 사태 관련 "예산은 충분한데 정부의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고 발언한 이 대표를 향해 "본예산 예비비 삭감 폭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확인 없이 엉터리 숫자 놀음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맹폭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지적한 후 "국가 예산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지 쌈짓돈처럼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 아니다. 이 대표의 국가 예산에 대한 주먹구구식이고 근시안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제10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전 대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현재 산불 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이미 있다"며 "많은 사람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좌절하는 현장 안에서도 국민의힘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국민을 속이는 국민 기만행위까지 함부로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산불재난대응 특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7 김현민 기자 |
김 의장은 이 대표가 즉시 사용 가능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예비비 4조8700억원이 허위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그는 "2025년도 본예산의 예비비는 최초 4조8000억원을 정부가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2조4000억원을 일방적으로 감액해 2조4000억원이 편성됐다"고 짚었다.
이어 "편성된 예비비 가운데 경제적 위기 대응·국가 안보 및 치안 유지용 일반 예비비 8000억원을 제외하면 재난·재해 등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 1조6000억원이 편성됐다"며 "다만 목적예비비 1조6000억원 중에서도 약 1조2000억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고교 무상교육 등 사업 소요경비로 지출하도록 확정해 실제 즉각 사용 가능한 목적 예비비는 약 4000억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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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미 행정안전부의 재난대책비가 3600억원이 편성돼 있고, 산림청의 산림재해대책비도 1000억원이 편성돼 있다"며 "부처 예산이 부족하다면 목적예비비 1조6000억원에서도 집행이 가능하다. 그것도 부족하면 재해대책 국고채무부담행위로도 1조5000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허영 민주당 의원 역시 "정부가 제출한 4조8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는 코로나 상황에서의 편성 규모보다 과도한 금액이었다"며 "야당 주도의 예비비 삭감이 재난 대응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제시한 자체 추경안에 국민안전예산 9000억원을 포함한 만큼, 재난대응 예산 규모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역시 " 무슨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나. 이 예비비 중에 한 푼이라도 쓴 게 있나"라며 " 가족을 잃고 전 재산을 불태우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계신 이재민들의 눈앞에서 이런 거짓말을 하며 장난을 하고 싶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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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장보경 수습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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