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CDF) 개막식에 앞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2025.03.2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대한민국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해외를 무대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면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부 차원의 정상외교가 중단된 가운데 대한민국 산업계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의 활발한 민간외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당장의 위기 극복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총수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재계 총수들이 연달아 위기감을 강조하고 대책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의 광폭 행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고위급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차 중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회장은 28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과의 간담회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CDF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은 글로벌 기업 대표 다수가 참석했다.
이 회장을 비롯해 팀 쿡 애플 CEO와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 등 유력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대거 시 주석과의 면담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 간 협력 강화에도 나섰다. 이 회장은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샤오미의 자동차 공장을 찾아 레이쥔 샤오미 회장을 면담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디지털 콕핏(운전석 및 조수석의 전방 영역) 플랫폼 등의 다양한 전장 설루션을 완성자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 전기차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샤오미는 잠재 고객사로 꼽힌다. 이 회장은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의 광둥성 선전 본사도 찾아 왕촨푸 회장과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8년까지 2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재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백악관 방송 캡처) ⓒ News1 류정민 특파원 |
트럼프發 관세 압박 대응 나선 정의선·최태원
정 회장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도 참석했다. 메타플랜트는 부지 규모만 여의도의 4배인 1176만㎡로 기존 기아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부지를 합한 것보다 크다. 정 회장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와 미국 내 대규모 생산 시설 준공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직전에 마무리됐다.
물론 협상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가 정해지겠지만 정 회장의 행보로 현대차의 관세 피해는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약 171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등 글로벌 최대 시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GM(269만 대), 도요타(233만 대), 포드(207만 대)에 이어 미국 내 4위를 기록했는데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빅3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이하 TPD) 2025'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23/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034730) 그룹 회장은 미국의 통상 정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자 민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대한민국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워싱턴 DC를 찾아 대미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했다. 최 회장은 현지에서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만나 대미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정부의 계획을 청취하고 우리나라와 기업이 대책을 검토하는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속적인 외국인 직접 투자(FDI), 에너지 등 미국 상품 수입 확대, 6대 분야에서 양국의 사업 확대 등의 제안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차원의 해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베트남을 찾아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 국가서열 3위인 팜 민 찐 총리 등 최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투자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협력 등 '빅딜'을 성사했다.
LG는 구광모 대표가 지난달 24일부터 인도 벵갈루루와 뉴델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방문해 미래전략을 점검했다고 4일 밝혔다. 구광모 LG 대표(왼쪽 세 번째)가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4/뉴스1 |
新시장 발굴 나선 구광모…인도·UAE 방문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나흘 일정으로 인도를 찾았다. 구 회장의 올해 첫 해외 출장으로 새로운 시장 확보 차원이다. 구 회장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순회하며 LG전자의 연구개발(R&D)·생산·유통 밸류체인을 두루 점검했다.
인도는 구 회장이 제2의 도약지로 점찍은 곳이다. 세계 1위 인구 대국(14억 5000만 명)이자 국내 총생산(GDP)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인도는 세계 최대 잠재 시장으로 꼽힌다. LG그룹 총수의 인도 방문은 지난 2004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이래 21년 만이라고 한다. 또한 LG전자는 인도 증시 상장도 목전에 두고 있다.
구 회장은 인도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동, 지역 사업 현황도 점검했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경제 규모와 시장 구조가 제각각인 나라들이 복잡하게 몰려 있지만 성장 잠재력은 높다고 평가받는다. LG그룹은 1982년 두바이에 LG전자 지점을 설립한 후 현재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전역에 12개 법인을 두고 가전 판매·생산·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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