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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이재명처럼 ‘모른다’고만 하면 허위사실 공표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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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2심 무죄에 전격 상고 배경은
法 “다의적 해석땐 피고인에 유리하게”에
檢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동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03.26.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26시간 만에 상고한 배경에는 “‘선거인에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반해 피고인의 관점으로만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가 이 대표의 각 발언들을 세세하게 쪼갠 다음 모두 무죄로 선고하며 제시한 근거들을 일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판결의 위법성이 중대하고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워 신속하게 상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중요도와 1심 재판부의 판단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이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① 檢 “앞으로 ‘모른다’라고만 하면 처벌 못해”

재판부는 이 대표의 각 발언들을 세세하게 쪼개 분석한 다음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의 ‘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데, 이 대표의 각 발언이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라는 취지다. 먼저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시 몰랐다”고 한 발언도 행위가 아닌 ‘인식’이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당시 ‘대장동 사업 인허가가 있었던 성남시장 시절 실무책임자인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냐’는 취지의 질문이 이 대표의 ‘행위’에 관한 질문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질문에 “하위직원이니까 몰랐다”, “그 후에 최근에 확인했고 전화로만 통화해서 얼굴도 모른다”고 답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해당 발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 발언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항소심의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어떤 사실이나 행위에 대해 ‘모른다’라고만 하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들며 상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피고인의 관점에서 피고인의발언만 미시적으로 분석해 인식에 관한 발언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를 듣는 일반 선거인들의 전체적인 인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허위사실공표에 관한 법리에 근거하지 않고 판단해 대법원 판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② 法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VS 檢 “일반인 관점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이라고 한 발언도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적인 질문 내용이 아닌데도 적극적으로 김 전 처장과 골프 동반자였던 사실뿐 아니라 골프를 친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도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보면 이 사건 골프 발언의 의미는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라고 판단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당시 발언에 앞서 패널의 질문 중 ‘골프’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골프 동반 의혹에 관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답 역시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이 일반 선거인에게 어떠한 인상을 주는지 전혀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며 “일반 선거인의 관점을 무시하고 피고인의 일방적인 관점에 따라 골프 발언을 해석한 위법이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발언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일반 선거인 관점의 범위 내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③ 檢 “李 ‘국토부 협박’ 발언은 과장 아닌 명백한 허위사실”

항소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가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발언도 무죄로 판단했다.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 행위를 한 주체가 이 대표가 아닌 국토부 공무원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같은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정치적 의견 표명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직무유기’, ‘협박’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이 대표의 발언 직후 국토부 노조는 ‘깊은 유감’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을 반박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성남시 공무원, 국토부 소속 공무원들로부터 “국토부로부터 의무조항에 근거해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요구받은 적 없다”는 일관된 증언이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이어졌다. 검찰 조사 결과 국토부 공문에서 의무조항에 근거해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하라는 내용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의 발언이 단순 의견 표명이나 과장이 아닌 증거로 입증되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재판부가 이 대표가 아닌 국토부의 행위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후보자 행위의 경위 사실에 대한 발언을 후보자 행위에 관한 발언으로 해석한 다수 판례와도 맞지 않다”며 “재판부가 이 대표의 발언을 기계적, 형식적으로 쪼개어 해석했다”며 반발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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